‘세일즈맨 尹’ 1년 증시 성적표…기대 무성 원전·건설·반도체·플랫폼 ‘쪽박’, 방산만 나홀로 ‘방긋’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가운데, 소위 ‘윤석열 수혜주’로 꼽혔던 원전·건설·반도체·플랫폼 관련주 주가가 지난 1년간 급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 섹터 만이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긴장 심화에 따른 해외 수주 확대의 힘으로 ‘나홀로 대박’을 터뜨렸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코스피 지수 역시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뒷걸음질을 쳤다.
다만,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정권 출범 초기에 제시했던 각종 주식 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 마련 관련된 약속들의 경우엔 4개 중 3개를 조기 이행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수혜주’로 꼽혔지만 지난 1년간 주가 성적이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았던 대표적인 섹터는 ‘원전’ 관련주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정책에 속도를 냈지만, 관련주 주가 상승으론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지난 1년간 22.69%나 하락했다. 이 밖에도 원전 종합설계 기술을 보유한 한전기술(-16.77%), 원전 계측기 시장 독점 기업 우진(-37.99%) 등의 주가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의 법적 분쟁이 계속되면서 ‘K-원전’ 수출 전선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원전 업계 주가 전방에 악재로 작용 중”이라며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법정 다툼 해소를 위한 기대했던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권 교체 후 원전 수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수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원전 수출 강화와 관련한 윤 정부의 큰 그림이 바뀐 적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원전주 주가 흐름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폴란드(7월), 체코(9월) 등에서 원전 관련 최종 입찰을 앞두고 미 웨스팅하우스와 법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수원의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수주 실적인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올해 4분기엔 유의미한 소형모듈원전(SMR) 수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임기 내 약 250만가구 공급을 약속하며 수혜주로 떠올랐던 건설주 주가 역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45.59%를 기록한 GS건설 주가가 가장 부진했던 가운데, DL이앤씨(-31.50%), HDC현대산업개발(-9.12%)의 주가 약세가 눈에 띄었다. 시공 능력 1·2위 업체인 삼성물산(-1.07%), 현대건설(-2.59%)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수혜주로 떠올랐던 네이버(NAVER)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25%, 30.98% 급락했다.
‘초격차 달성’을 목표로 각종 법안·세제 혜택을 쏟은 반도체 관련주도 수혜주로 떠올랐지만 주가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0.3%) 만이 ‘플러스’ 주가 변동률을 기록했을 뿐, SK하이닉스(-19.36%), DB하이텍(-7.82%)의 주가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윤 정부 1년간 주가가 괄목상대한 섹터는 바로 ‘방위산업’이었다. 각각 ‘K9 자주포’와 ‘K2 전차’로 대표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K-방산’ 수출 호조 덕택에 주가가 각각 89.53%, 84.86%씩 급등했다. ‘FA-50 경공격기’로 대표되는 한국항공우주(KAI) 주가도 12.72%나 올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코스피 지수는 3.21% 하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이 급격히 기준 금리를 인상했고, 이 결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전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상황이 이어졌다”며 “연초 ‘2차전지·인공지능(AI)·로봇 등 특정 섹터를 앞세웠던 국내 증시 급등세로도 작년의 부진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탓”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집권 2년 차인 올해 주가 전망에 대해 변동성이 큰 와중에도 ‘1분기 실적 바닥론’ 등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리세션(경기 침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의 마무리 국면에서 주가는 대체로 바닥을 다지고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인도네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국이 확대되고 방산, 조선, 바이오 등 품목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하반기 중국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하고 공급망 수요 다변화에 따른 여타 품목의 수출이 선전하면 코스피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금융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는 초입에 들어설 것이라며 코스피 연간 밴드(예상 등락 범위)를 2,330~2,760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주식 시장 관련 공약 이행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도 나왔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의 공약 이행 점검 프로젝트 ‘윤석열미터’에 따르면 주식 시장 관련 공약 4개 중 3개에 대해선 이미 공약 이행을 완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항목은 ▷분할 자회사 상장 엄격 제한 ▷신사업 분할 별도 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주식 공매도 감시 전담 조직 설치 및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이다.
다만, 작년 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여부와 함께 금융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주식양도세 폐지 항목에 대해선 약속을 파기한 것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월 27일 페이스북 ‘한 줄 공약’을 통해 해당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뉴스톱 측은 “공약대로 ‘폐지’보다는 과세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논의만 이뤄졌다”며 “정부에 따로 검토 중인 폐지안도 없는 상태”라고 평가 이유를 밝혔다.
윤 정부의 주식 시장 관련 공약이 과거 정부들에 비해 비교적 다양하고 구체적인 점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금융시장 관련 대통령 공약은 은행과 관련된 내용에 치우쳤던 경향이 있다”며 “꾸준히 성장해 온 자본시장이 (경제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맞춰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 정치권에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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