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빌라도 연쇄파산? 전세불신·보증축소로 역전세 대란 우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5.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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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 인터뷰 (하)

단기 등록 주택임대 사업 폐지 등 정책혼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종부세 폭탄에 시달리던 임대사업자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은 전세사기 등으로 야기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와 관련한 현 정부의 대책을 혹평한다. 5월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전세 보증을 축소했다. 그런데 임대사업자들은 이번 대책이 혼돈에 빠진 주택시장에 폭탄을 던진 격이라고 비판한다. 고금리로 인한 전세가격 급락에 전세사기가 겹치면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는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극단의 혼돈으로 밀어넣는 악수라는 주장이다.

지역 중소은행에서 앞다퉈 예금을 빼는 뱅크런(Bank-run)이 벌어지자 미국 정부는 예금보장 한도 확대, 대형은행과의 인수 합병 등 신속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전세 불신으로 전세계약을 기피하는 ‘전세런’이 벌어지는 위기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거꾸로 보증축소로 전세불안을 키우는 정책을 꺼냈다. 임대인들은 보증축소가 전세가격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대시장에 사실상 전세보증금 인하를 강요, 멀쩡한 빌라도 역전세 대란과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 협회장은 “정부가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작정하고 키우려는 듯한 황당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 대책 탓에 건전한 임대사업자들도 연쇄파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상품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임대인이 가입하는 상품과 세입자가 가입하는 상품이 있다. 5월 1일부터 임차인들이 가입하는 전세금 반환 보증의 가입요건이 강화됐다. 빌라의 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 반영 비율을 150%에서 140%로 낮추고 전세가율을 100%에 90%로 내렸다. 이렇게 되면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에 들어야만 보증 가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공시 가격이 1억짜리 원룸이라면 기존에는 보증금 1억 5000만원까지는 보증 가입이 됐다. 5월부터 보증금이 1억2600만원 이하가 돼야 보증 가입이 된다. 보증가입 금액은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전세가격의 기준이 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갑자기 낮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두채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10채, 20채를 임대한다면 부담이 굉장히 커진다. 연쇄파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금 낮춰준다는 공시가격인하가 임대사업자에게 직격탄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18% 인하했다. 종부세 부담을 낮추려고 공시가격을 내렸는데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것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하던데?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의 경우, 3억원 반환보증이 됐는데, 5월부터 공시가격 하락과 강화된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감안하면 2억원밖에 반환보증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강제로 1억원의 보증금을 낮추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다. 전세사기 등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신축빌라 100채,200채 소유자들의 문제였다. 이번 조치로 10채~20채 가진 일반적인 임대사업자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축 빌라의 시세는 공시가격의 150%가 아니라 200~300%가 되는 사례도 있는데, 전세사기를 막는다는 명분에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것이다. ”

여의도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뉴스1

◇빵 없으면 케이크 먹어라는 정부 대책

-정부에 이런 현장 상황을 전달했는가?

“임대사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국토부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격이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면 집주인이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 돈 항상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는가. ”

-전세 자금 반환을 위한 대출은 어떤가 ?.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다. 대출은 모두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DSR 규제가 적용이 되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보증금액을 반환할 수 있을 만큼의 대출이 안된다. 우리 회원 한분이 시세가 3억 정도인 빌라를 가지고 계신데 DSR 적용으로 8000만원 정도 대출이 된다. 한두채야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여러채 전세금 반환을 요구받으면 방법이 없다. 우리 회원분들도 연배가 되게 많으신 분들이다. 딱히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도 많아 대출 DSR 적용에 훨씬 불리하다. 노후를 위해 임대사업하겠다고 했다가 파산 공포를 느끼는 회원들이 지금 즐비하다.””

-과거에도 역전세가 있었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역전세현상이 발생한다. 2004년, 2009년,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정부가 신속하게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운용을 해서 급한 불을 껐다. 이미 벌어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기에 못지 않게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막는 대책도 정말 필요하다. 임대인이 파산하는 순간, 임차인의 피해를 막을 수가 없다. 임대인에게 엉터리 지원을 하라는게 아니라 부족한 전세반환 자금의 숨통을 틔워달라는 것이다. "

-지금 정부 대책은?

“정부가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뱅크런처럼 전세시장에서 연쇄적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전세런’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전세 사기가 터진다고 하면서 공포감만 조성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지금 임대차 계약 중인 임차인 그리고 임대인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내 보증금은 괜찮을까?’ ‘나 지금 나가야 되냐’ 이런 불안이 확산되면 전세시장에서 신규 계약이 중단된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자금대출이 악용될 위험이 있면 차주는 임대인이지만 돈 자체는 임차인한테 보증 금액을 한도로 해서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례 보금자리론’이라는 게 있는데, 무주택자나 1주택자만 이용 가능한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다주택자일 수밖에 없는 주택 임대인들은 무용지물이다. 보금자리론이 40조 규모이다.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주게 되면 임차인은 전세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

◇등록임대사업 소급입법에 주택 처분도 못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혹자들은 이런 얘기를 할 겁니다. 임차인 보증금을 받아서 다 어디다 썼느냐? 반환할 돈이 없으면 집을 팔아서라도 반환하라고 한다. 그런데 등록 주택 임대 사업자들은 자진 말소가 불가능하다. 말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무단으로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지 않고 그냥 매각하면 호별로 과태료가 3000만 원씩 부과된다. 몇 억짜리 아파트도 아니고 1억, 2억 하는 빌라를 3000만 원이라는 과태료를 부담하면서 매각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규제나 법률들을 2020년부터 소급해서 적용했다.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의무도 소급해서 적용했다. 기존 사업자들도 등록 당시와는 다른 의무가 부가됐지만,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

-정부가 임대인을 특별하게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임대 보증금 반환은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대출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아파트 미분양 증가에 따른 건설시장의 연쇄부도 등을 우려해서 정부는 PF 관련 건설사 지원 등에 정책금융 28조4000억원을 공급했다. 건설경기 부양과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위해 최저금리로 특례보금자리론 40조도 공급했다. 금리인상,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다. 임대차시장도 고금리,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확산되는 등 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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