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이 살아온 아내, '학폭 피해자'였던 남편…"아내가 남편에겐 큰 위로" ('결혼지옥')[SC리뷰]
[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오은영 박사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공개됐다.
8일 방영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여태껏 출연했던 부부들과 사뭇 다른 부부가 등장했다. 애교 많은 러블리한 아내와 아내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꾼인 남편. 결혼 7년 차인 부부는 함께 있을 때 환상의 짝꿍 케미를 뽐내면서도, 이내 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아내가 남편을 계속해서 의심한다는 것! 아내는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직장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거나, 영상통화를 걸어 주위에 여자가 있는지 보여 달라고 하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툼이 반복되고 아내의 의심에 지쳐 사연을 신청했다는 남편. 아내 또한 남편이 외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왜 의심하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는데...
한편, 아내를 불안에 떨게 만든 과거 사연부터 20년째 남편을 고통스럽게 하는 학창 시절의 상처까지.. 서로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마지막 한 조각 같은 사람인 줄 알았지만 자꾸만 엇갈리고 있다는 퍼즐 부부에게 오은영 박사의 특별 진단이 내려졌다.
이른 아침, 알람에 맞춰 함께 일어난 부부. 남편의 출근길을 배웅하고 집에 혼자 남은 아내는 아침 식사도,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삼매경이었다. 평소에도 남편과 같이 먹는 게 편해서 남편과 저녁 식사 전까지 한 끼도 먹지 않는다는데. 그렇게 침대에만 누워있던 아내가 몸을 일으켜 찾아간 곳은 남편 직장 맞은편에 있는 한 무인 카페. 카페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오늘 여자 직원 나왔어?", "오빠 주위 왔다 갔다 (하면서)보여줄 수 있어?"라며 심상치 않은 질문을 던졌고, 남편도 익숙한 듯 여자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내는 남편의 직장에 여자 직원이 있다는 이유로 남편이 퇴근하기까지 4시간 이상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퇴근한 남편이 나를 못 믿어서 그러는 거냐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췄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집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두 사람. 사실 남편은 일하는 곳에 자꾸 찾아오는 아내를 신경 쓰다가 뜨거운 음식에 손을 데일 정도로 남편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상황. 다시 한번 아내에게 더 이상 직장에 찾아오지 말라고 말을 꺼내봤지만, 아내는 "찔리는 게 있으니까 오지 말라는 거잖아"라며 오히려 남편을 다그쳤다. 남편이 "내가 딴짓하는 거 봤냐"고 되묻자 아내는 곧장 "없지!"라고 답하며, 아내 자신도 왜 남편을 의심하는지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아내는 재혼으로, 전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게 된 것이 큰 상처로 남았다고 고백했는데. 아내의 사연을 들은 오은영 박사는 아내가 현남편을 의심하는 데는 물론 전남편의 외도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가 갖고 있는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고 되짚었다. 또한 남편을 믿지만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므로 의부증이 아니며, 아내 의심의 본질엔 버려져서 혼자 남게 될까봐 두려운 '유기불안'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유일한 보호자였던 삼촌에게마저 노동력 착취를 겪으며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 한 채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이 때문에 너무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 대한 상실을 느꼈고, 혼자 남겨질 거란 두려움이 생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날 저녁, 어젯밤 말다툼 때문인지 아내는 남편의 직장 앞으로 가지 않고 집 앞에서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아내는 남편이 갑자기 마중을 못 나오게 하는 게 슬펐다고 토로하면서, 돌연 남편이 마중을 못 나오게 하는 이유로 "창피스러운 것도 있잖아"라고 말했다. 아내가 스스로를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1년 전, 남편의 권유로 받은 장애 진단 검사에서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기 때문. 아내의 지적 장애 판정 고백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40년 동안 자신의 장애를 모르고 살았기에 아내에게 더 청천벽력 같았을 지적 장애 판정. 검사를 2번이나 권유한 남편에게 아내는 "(남편 때문에)장애 판정 받은 거잖아, 차라리 이혼하자고 하든가"라며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남편은 장애는 창피한 게 아니라며 아내를 달래지만, 아내는 남편을 향한 원망과 속상함 때문에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아내의 지적 장애 판정으로 남편도 심경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아내를 딸같이 키워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내가 과연 될까?"라며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편은 과거 건강 악화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만약 또 쓰러지게 되면 아내에게 보호자가 없는 것이 염려됐다고 말했다. 장애 판정을 받으면 국가에서라도 아내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장애 진단 검사를 추진했다고 말하며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새벽까지 홀로 잠들지 못하고 '괜찮다, 잘 수 있다'를 되뇌는 남편의 사연도 공개됐다. 남편은 학교 폭력 피해자로, 지독한 괴롭힘을 견뎌야 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학교폭력은 자아상, 문제 해결 능력, 대인관계 등 모든 곳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에 "정말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또한 남편에게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위로를 전하고, 남편을 위해 트라우마 치료를 권했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남편이 이런 상처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아내는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남편을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내와 남편은 스튜디오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했다.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오은영 박사와 MC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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