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성당에 울려퍼진 '아리랑'…참전용사 유언 이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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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오후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 지역에 있는 한 작은 성당.
현지 장례미사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자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물을 훔쳤다.
호펠스 씨가 생전 서재에 남겨둔 유언장에 '장례미사에서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고인의 조카 파스칼 호펠스(62)씨가 발견했고, 조카는 이를 오랜 기간 고인을 살뜰히 챙겨온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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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생일파티서도 아리랑 연주 생일 축하곡
(룩셈부르크=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아리랑, 아리랑….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8일(현지시간) 오후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 지역에 있는 한 작은 성당.
현지 장례미사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자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물을 훔쳤다.
지난달 24일 향년 90세 일기로 별세한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 씨의 명복을 비는 추모곡이다.
호펠스 씨가 생전 서재에 남겨둔 유언장에 '장례미사에서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고인의 조카 파스칼 호펠스(62)씨가 발견했고, 조카는 이를 오랜 기간 고인을 살뜰히 챙겨온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에게 알렸다.
이에 박 회장이 미사 중 특별 순서로 아리랑을 부른 것이다. 연주는 고인이 참전 뒤 재직한 현지 세관의 관악단이 맡았다.
호펠스 씨는 생전 유독 아리랑 곡조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한국전쟁유업재단과 한 인터뷰에서도 직접 카메라 앞에서 아리랑 첫 소절을 부르는가 하면, 마지막이 된 작년 11월 생일파티에서도 아리랑 연주가 고인에겐 생일 축하곡이었다.
이날 장례식 및 미사는 조카들과 평소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됐다. 고인은 슬하에 자녀가 없고, 부인은 수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조카 파스칼씨는 "지금으로 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 먼 나라에 자원해 갔는데, 그런 삼촌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유가족들은 조카손주가 고인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그가 생전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재를 하러 온 기자에게 "한국인들이 참전용사의 헌신을 잊지 않아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박 회장은 연합뉴스와 만나 "지난 2020년에 (보훈처의)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저와 함께 참석하시려고 여권까지 다시 만드셨는데, 코로나19로 가지 못하게 돼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며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박성호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무관은 국가보훈처에서 제작한 추모패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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