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성당에 울려퍼진 '아리랑'…참전용사 유언 이뤄지다

정빛나 2023. 5. 9. 08: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8일(현지시간) 오후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 지역에 있는 한 작은 성당.

현지 장례미사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자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물을 훔쳤다.

호펠스 씨가 생전 서재에 남겨둔 유언장에 '장례미사에서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고인의 조카 파스칼 호펠스(62)씨가 발견했고, 조카는 이를 오랜 기간 고인을 살뜰히 챙겨온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에게 알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0세 일기 별세한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씨 장례식
작년 11월 생일파티서도 아리랑 연주 생일 축하곡

(룩셈부르크=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아리랑, 아리랑….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8일(현지시간) 오후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 지역에 있는 한 작은 성당.

현지 장례미사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자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물을 훔쳤다.

지난달 24일 향년 90세 일기로 별세한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 씨의 명복을 비는 추모곡이다.

호펠스 씨가 생전 서재에 남겨둔 유언장에 '장례미사에서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고인의 조카 파스칼 호펠스(62)씨가 발견했고, 조카는 이를 오랜 기간 고인을 살뜰히 챙겨온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에게 알렸다.

한국전쟁 당시 룩셈부르크 병력 (룩셈부르크=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파병된 룩셈부르크 병력. 질베르 호펠스 씨는 두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 인물. 2023.5. 9 photo@yna.co.kr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박 회장이 미사 중 특별 순서로 아리랑을 부른 것이다. 연주는 고인이 참전 뒤 재직한 현지 세관의 관악단이 맡았다.

호펠스 씨는 생전 유독 아리랑 곡조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한국전쟁유업재단과 한 인터뷰에서도 직접 카메라 앞에서 아리랑 첫 소절을 부르는가 하면, 마지막이 된 작년 11월 생일파티에서도 아리랑 연주가 고인에겐 생일 축하곡이었다.

국가보훈처, 유가족에게 참전용사 추모패 전달 (룩셈부르크=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 레미히에서 왼쪽부터 박성호 주벨기에대사관 무관, 박미희 한인회장,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고(故) 질베르 호펠스 씨의 유가족들이 국가보훈처 추모패 전달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5.9 shine@yna.co.kr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장례식 및 미사는 조카들과 평소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됐다. 고인은 슬하에 자녀가 없고, 부인은 수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조카 파스칼씨는 "지금으로 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 먼 나라에 자원해 갔는데, 그런 삼촌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유가족들은 조카손주가 고인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그가 생전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재를 하러 온 기자에게 "한국인들이 참전용사의 헌신을 잊지 않아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박 회장은 연합뉴스와 만나 "지난 2020년에 (보훈처의)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저와 함께 참석하시려고 여권까지 다시 만드셨는데, 코로나19로 가지 못하게 돼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며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박성호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무관은 국가보훈처에서 제작한 추모패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마지막 생일파티' (룩셈부르크=연합뉴스) 작년 10월 질베르 호펠스 씨의 생일파티 당시 촬영된 사진. 2023.5.9 photo@yna.co.kr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in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