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26살·1군 1년차→깜짝 등장한 ‘필승조’...“아내에게 고마워”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5.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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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영찬이 4월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에서 8회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아내에게 너무 고맙죠.”

LG 마운드에 ‘새로운 피’가 등장했다. 우완 유영찬(26)이다. 입단과 동시에 두각을 나타낸 케이스는 아니다. 군에 다녀온 이후 구속이 시속 10㎞가 늘었다. 염경엽(55) 감독도 “우리 수확”이라 한다.

배명고-건국대 출신 유영찬은 지난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 지명됐다. 전체 43순위다. 아주 높은 순위는 아니었다. 시속 130㎞대 후반 정도 던지는 투수. 대학 시절 기록도 좋은 것은 아니다.

LG가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는 의미다. 담금질의 시간을 거쳐 올해 빛을 보고 있다. 그 사이 군에도 다녀왔다.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다. 그래도 아직 26살. 그리고 2023년이 1군 1년차다. 육성선수 신분에서 올해 정식선수가 됐다. 오자마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록이 말해준다. 14경기에 등판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만들고 있다. 4월 12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이후 5월 2경기에서 2홀드를 챙겼다. 2일 NC전 1.1이닝 무실점 홀드, 3일 NC전 1이닝 무실점 홀드다. 데뷔 첫 홀드에 2연속 홀드까지 품었다. 염경엽 감독은 “올시즌 현재까지 우리 최대 수확은 유영찬과 박명근이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유가 있다. 부동의 마무리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국가대표 셋업맨 정우영도 올시즌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아주 좋은 편이 아니다.

LG 유영찬이 6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 잠실=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그런데도 LG는 불펜 평균자책점 3.53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을 꼽자면 역시나 유영찬이다. 팀 내 불펜투수 가운데 이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에는 추격조 역할을 했다. 12경기 가운데 멀티 이닝 경기만 절반인 6경기에 달한다. 5월 들어 당당히 필승조에 입성했다. 2일 NC전에서 5-3으로 앞선 7회 2사 후 올라와 1.1이닝 퍼펙트를 만들었고, 3일 NC전에서도 2-1로 앞선 8회말 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자주 경기에 나가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사실 LG는 퓨처스 투수들의 1군 입성이 빡빡한 팀이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유영찬이라고 다를 리 없다.

유영찬은 “솔직히 좀 막막했다. 군대 가기 전에도 그랬고, 다녀와서도 그랬다. ‘1군에 갈 수 있을까’ 싶더라. 지금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꾸 던지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계속 던지니까 약간은 더 나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자꾸 나가면서 느끼는 것도 있다. 점수차가 클 때와 접전일 때 내 몸이 다르더라. 힘을 빼고 던지려고 한다”고 짚었다.

이어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추격조로 시작했다. 이제 이기는 경기에서도 나가고 있다. 점점 기분이 좋다.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뭔가 감이 잡힌 느낌이다”고 강조했다.

LG 유영찬이 4월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전에서 9회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공이 좋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입대 전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이제는 시속 150㎞가 나온다. “입대 전에는 시속 130㎞ 후반~140㎞ 초반이었다. 전역 후 첫 등판에서 시속 148㎞가 나왔다. 캠프 지나고, 시범경기 거치면서 150㎞까지 찍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캠프에서 코치님과 하체를 쓰는 훈련을 많이 했다. 지면을 누르는 연습 등도 했다.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다. 팀의 과학적인 훈련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내가 제구가 완벽한 것은 아닌데, 구위가 되니까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목표도 설정했다. 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꾸준히 한다. “2군에 한 번도 안 내려가고, 부상 없이 1군에서 뛰고 싶다. 50이닝 이상 던지고 싶고, 20홀드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형들이 ‘잘 먹고, 잘 쉬어라’고 한다. (임)찬규 형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만 집중하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던져라. 눈치도 보지 마라’고 한다. 최대한 잘 쉬고, 내 공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이미 결혼을 했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밝혔다. 수줍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진심을 담았다. “내 뒷바라지 해주느라 고생이 많다. 항상 늦은 시간에 귀가해 잠도 늦게 잔다. 항상 챙겨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등장곡(샤이니 셜록)도 아내가 좋아해서 쓰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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