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타이…9년 만에 군부 정권, 과연 끝날까
2014년 쿠데타 이후 9년 동안 이어진 타이의 군사 정권이 끝날까. 14일 총선에선 ‘정권 교체’를 내건 야권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선거에서 이기고도 정권 교체엔 실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타이 일간지 <네이션>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당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내일 선거가 열리면 지역구 의원으로 누구를 뽑겠는가’라는 질문에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딸인 패통탄 친나왓(36)이 이끄는 타이공헌(푸아타이)당과 가장 급진적인 야당으로 꼽히는 전진당(Move Forward)의 후보를 뽑겠다고 답한 이가 각각 38.48%와 28.03%에 달했다.
이에 비해 군부의 집권 여당인 국민국가권력당 후보를 뽑겠다는 이는 3.65%, 또다른 군부 정당인 타이단결국가건설당의 지지율도 6%대에 머물렀다.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신생 정당인 타이단결국가건설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총리직 연장을 노리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타이국립행정개발연구원이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9년이나 지속된 군부 정권에 대한 거부감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나빠진 경제 상황으로 인해 타이인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선거의 돌풍으로 떠오른 것은 젊은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전진당이다. 2020년 타이에선 사회 내 대표적 금기인 ‘군주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까지 쏟아진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다. 전진당은 당시 군부의 권력 제한 등을 주장하다가 2020년 해산된 정당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의 후신이다. 이들은 정권 교체를 통해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자고 주장한다. 대표 공약 역시 왕실을 모독하면 최고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는 왕실모독죄 폐지다. 이 죄에 대해 타이 기득권층이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남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네이션>의 여론조사를 보면,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는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29.37%로 1위에 올랐다. 피타 대표는 쿠데타 이후 시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며 “타이는 교차로에 있다. 한쪽 길은 우리를 완전한 민주주의 나라로 변모시킬 것이다”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전했다. 피타 대표는 총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패통탄이 이끄는 제1야당 타이공헌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제안했다. 패통탄이 이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은 2019년 총선 때 가장 많은 하원의원 당선자(136명)를 냈고 이번 총선에서 의석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패통탄 대표가 쁘라윳 총리가 떠난 국민국가권력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꾸릴 수 있다는 추측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둘째 아들을 낳은 뒤 최근 거리 유세를 하지 못하고 있는 패통탄 대표는 페이스북으로 중계된 인터넷 방송에서 국민국가권력당과의 연정설을 부정하고 타이공헌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고 <방콕 포스트>가 8일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 군부가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이 군부는 2014년 쿠데타 뒤 헌법을 개정해 상원의원 250석을 군부가 지명하게 했다. 타이 총리는 총 750석인 상·하원 양원 합동 선거로 뽑는다. 총리가 되려면 과반 지지(376석 이상)가 필요하다. 군부는 상원 250석 덕에 하원에서 126석만 더 얻으면 집권할 수 있다. 야당은 하원의원(총 500명) 가운데 376명 이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 타이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무려 22차례 쿠데타를 일으켜왔다. 야권이 어렵사리 정권교체에 성공해도 또다시 쿠데타가 벌어져 판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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