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전쟁활동’의 히로인, ‘방과 후 연기활동’이 제격인 21세기형 ‘문희’[스경X인터뷰]
배우 문희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 로맨스의 중심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에서 날아온 구체에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자 수능 가산점을 빌미로 총을 든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서 문희는 3학년 2반 이나라 역을 연기했다.
나라는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성격에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아이지만 총을 들었다 하면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게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에 극 중 김치열(김기해)과 도수철(김민철)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전쟁이라는 소재가 울적하잖아요. 그 울적한 전쟁활동 순간에 사랑의 에너지가 있으니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 재미도 생겨나고요. 힘들고 지치는 장면만 있다면 울적한데, 고교생의 순수한 사랑이 표현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두 친구 모두 친구로서는 사랑하는 사이지만,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이가 절대다수였던 학생 역 배우들에게 제식훈련 경험은 새롭고도 고통스러웠다. 특히나 문희의 경우에는 ‘특급 스나이퍼’로서의 자질을 보여야 했기에 배로 힘들었다. 능숙한 실력으로 빼어난 사격실력을 선보이는 연기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다.
“배우들이 다 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데, 제가 잘 하지 않으면 이 힘든 리허설을 다시 하고 재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총을 쏠 때마다 엄청난 부담이 있었죠. 근육통도 생기고, 총을 많이 드니까 승모근이 발달해 어깨가 커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무대에서의 경험이 액션장면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문희는 2015년 걸그룹 마이비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팀이 해체되자 같은 팀원이었던 하윤과 더불어 2017년 보너스베이비로 재데뷔했다. 2018년 막을 내린 JTBC ‘믹스나인’을 통해 데뷔조에도 포함됐지만, 데뷔 자체가 무산되면서 또 한 번 기회를 잃는 시련을 겪었다. 분명 액션을 위한 체력도 단련이 됐지만, 거듭된 시련 속에서 마음도 단련이 되는 시절이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해 2021년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가수활동을 하면서 춤과 노래를 많이 연습했는데, 그 경험들이 배우활동을 하면서도 도움이 됐어요. 몸을 쓰는 방법을 알아서 액션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또 마음으로는 어떤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이기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타인에 대한 이해에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공교롭게도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권은빈과 신수현이 ‘방과 후 전쟁활동’의 친구들이 됐다. 10개월이 넘는 촬영 끝에 얻은 소중한 인연들은 아직도 서로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고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파트가 나오고 나서 함께 방송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슴을 졸여가며 보기보다는 우리가 끈끈하게 잘한 만큼 잘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특히 소대장 역할을 했던 신현수 선배님이랑 저희 담임 선생님 역할을 해주셨던 임세미 선배님이 많이 울어주셨어요.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요. 많은 추억을 남은 것 같아요.”
10대 시절부터 열정을 쏟았던 방과 후 가수활동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방과 후 배우활동은 ‘방과 후 전쟁활동’을 통해 하나의 전기를 맞았다. 본명 최문희에서 문희로 최근 활동명을 바꾼 문희는 과거 1960년대 미녀 배우 트로이카로 활동했던 남정임, 윤정희, 문희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다소 지금 젊은세대치고는 고풍스러운 이름이지만 이 존재감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실제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주변에서 개명하자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이 클래식한 이름이 좋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에게는 새롭게 들리고, 과거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너 정말 문희 같이 생겼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요.”
비록 이번 작품에서는 큰 눈을 깜빡이며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기했지만 문희의 성격은 쾌활과 유쾌함으로 모여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의 캐릭터처럼 유쾌한 느낌을 좋아하고, 양자경을 동경하는 그에게 과거 문희의 영광이 넘어올 일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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