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KT의 무거운 굴레

양진원 기자 2023. 5. 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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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경쟁력]② 과거 유일한 국가 통신사, 유선·공중 전화 사업 '계륵'

[편집자주]대표 후보자와 이사회 멤버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경영권에 공백이 생긴 KT가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KT는 대표 통신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민영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정치권도 문제지만 통신망 장애와 이권 카르텔 논란으로 위기를 자초한 KT에도 책임이 있다. 민영기업 KT가 앞으로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지 살펴본다.

민영기업 KT가 국민기업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KT
민영기업 KT가 '국민기업' 타이틀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통신업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른 산업군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데다 KT 모태가 통신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통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지만 사회 시선과 정부 눈초리에 수익성만 좇을 수 없다.

한국 최초 통신 사업자 KT는 130여년의 우리나라 통신 역사를 이끌어 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영업센터, 전신전화취급소, IBC예약센터, 통신운용실 등을 운영했다. 자체 개발 기술로 경기 장면을 생중계했다.

2002년엔 한일 월드컵 통신부문 공식 파트너로 뽑혀 각 경기장과 방송센터(IBC)의 광케이블 이원화, 위성 기반 방송중계망 구축 등 작업으로 TV 중계를 성공적으로 했다.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선 KT 와이브로를 활용해 이동 중 인터넷 이용은 물론 영상회의 등을 진행하고 뉴스와 영상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과거의 영광이 KT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공중전화가 대표적이다.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 KT 놓을 수 없는 이유


광화문 KT 사옥. /사진=뉴스1
KT 공중전화사업 자회사 'KT링커스'에 따르면 전국 공중전화 수는 3만대가 넘지 않는다. 1999년엔 15만3000대에 이르렀지만 2002년 14만대로 내려앉은 뒤 2012년 7만여대로 줄었다. KT링커스는 2020년 적자전환한 이후 수 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유선전화 역시 KT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시내전화는 총 1167만 회선인데, KT는 937만 회선(80.26%)을 보유한 독점 사업자다.

시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시내전화는 12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 때 2349만대를 기록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골칫덩이다.

사업 정리는 법률상 어렵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공중전화를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수 서비스인 '보편적 역무'로 규정한 까닭이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선 KT가 사업을 철수할 방법이 없다.

KT는 궁여지책으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를 충전소로 교체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서울 시내 공중전화 부스에는 전기오토바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교환형 충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디지코로 반전노리나 만만치 않은 통신 기업의 무게


KT 광화문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로 체질을 바꿔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엔 연결 기준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 역시 1조6901억원으로 2년 연속 1조 6000억원을 넘겼다.

통신망 장애 사태가 잇따르면서 빛이 바랬다. 2021년 10월 25일 KT 유·무선 서비스가 오전 11시20분부터 약 85분 동안 먹통이 돼 KT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도 통신망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울산, 창원 등에서 KT 유선 인터넷망이 오류를 일으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야할 상황에서 통신 사업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수년 동안 최소한의 통신망 대·개체 작업만 수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개체란 노후된 통신망 설비를 최신장비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망 보수를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면적인 대·개체보다 당장의 사고만 방지할 수 있는 부분적인 개보수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는 소유분산기업의 한계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대대적인 통신 인프라 개선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연임을 위해 뛰어야 하는 전문경영인은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투자 규모가 클 수록 회사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전년보다 실적 좋지 않으면 사실상 연임은 어렵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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