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물가와 소비 감소 함께 온다…연준 긴축 '살얼음판'
동시에 소비 감소 전망은 높아져
연준 "미 은행들 대출 기준 강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를 한참 웃돌았다. 이 와중에 소비 지출을 감소할 것임을 시사하는 지표가 동시에 나왔다.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가 함께 오면서 추후 연준 긴축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잘 안 떨어지는 미국 기대인플레
8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4월) 4.4%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1년간 4% 중반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는 전월(4.7%) 대비 소폭 하락한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 5.0%→4.2%→4.7%→4.4% 등 연준의 초강경 긴축에도 4~5%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연준 정책 목표치(2.0%)보다 훨씬 높아서다. 휘발유(5.1%), 식료품(5.8%), 렌트(월세·9.2%), 의료비(9.3%) 등의 1년 후 전망치는 모두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8%에서 2.9%로 오히려 올랐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2.5→2.6%) 역시 상승했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상회하며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가 완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른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도 비슷하다. 미시건대가 조사한 지난달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4.9%) 이후 최고치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0%로 나왔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는 10일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지난달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0%로 각각 나타났다. 전월 당시 0.1% 상승보다 오히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0.4%, 5.5%로 나왔다.
연준 “미 은행들, 대출 기준 강화”
뉴욕 연은 조사에서 또 주목할 것은 소비 지출 둔화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1년 후 소비자 지출은 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전월(5.7%)보다 하락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는 대출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의 은행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를 보면, 올해 1분기 미국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출 수요는 약화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 △위험 허용 범위 감소 △산업별 문제 악화 △현재 혹은 향후 유동성 상태의 악화 등을 대출 기준 강화의 이유로 꼽았다.
연준은 “급격한 신용 위축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잠재적으로 둔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압박을 시작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했던 언급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추후 정책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23.4%로 보고 있다. 전거래일 당시 8.5%보다 높다. 파월 의장이 긴축 중단 신호를 보냈음에도 시장은 추가 인상 확률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리 인하 시점 전망도 점차 늦춰지는 기류다. 당초 7월이면 연준이 피봇(pivot·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점차 연말로 밀리고 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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