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다시 오른 컬리…상장 재정비 나설까
실적 선방…올해엔 수익성 개선 주력
연초 상장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 컬리가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며 한숨을 돌렸다. 기업 밸류는 지난 투자 때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투자 빙하기'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00억 긴급 수혈
컬리는 지난 4일 기존 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1000억원, 아스펙스캐피탈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받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앵커PE는 지난 2021년 컬리에 2500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다.
컬리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물류 내 테크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컬리는 현재 김포와 송파, 경상남도 창원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완공된 평택 물류센터도 가동에 들어간다. 평택 물류센터가 가동을 시작하면 송파 물류센터를 정리, 3개 센터를 중심으로 물류를 관리할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요즘 같은 투자 혹한기에 이정도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컬리의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컬리의 디테일한 수치들을 파악하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이 재참여한 것도 성장성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실적에 몸값도 회복
긍정적인 점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뚝 떨어졌던 몸값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점이다. 컬리는 총 181만4113주를 발행가액 6만6148원에 발행했다. 이에 따르면 컬리의 몸값은 약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 컬리가 상장 보류를 공식화하기 전, 업계에서는 컬리의 몸값을 1조원 초반으로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8000억원대까지 낮춰 보기도 했다.지난 2021년 앵커PE가 2500억원을 투자했던 프리IPO 당시 4조원대 평가를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에서 다시 3조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게 됐다. 지난해 실적이 썩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2000억원대 적자를 내긴 했지만 매출이 30% 이상 오르는 와중에도 적자 증가폭은 150억원 남짓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372억원을 기록, 전년(1조5613억원) 대비 30.5%, 475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177억원에서 2334억원으로 158억원 늘었다. 2021년 매출 6083억원을 늘리는 동안 적자가 1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
그래서 상장은요?
업계의 관심은 결국 '상장 시기는 언제'인가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컬리의 몸값이 어느 정도 회복될 내년,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추정 몸값이 2조원대로 떨어지며 상장 철회설이 돌았을 때도 "기한 내 상장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4조원 이상 고점을 회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실적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평가만 받을 수 있다면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실적도 기대가 높다. 4월 경남 창원에 동남권 물류센터를 연 데 이어 이달에는 평택에 15만㎡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연다. 이를 통해 샛별배송 범위가 크게 확대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처럼 끊임없이 물류센터를 늘려가며 투자확보→적자확대를 이어가는 행보가 아니라는 점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컬리는 평택 물류센터가 오픈하면 인근 송파 물류센터의 역할을 평택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김포와 평택에서 수도권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뷰티컬리 역시 올해엔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컬리에 따르면 프리미엄 뷰티 상품을 주로 다루는 뷰티컬리는 평균 객단가가 기존 컬리의 3배에 달한다. 컬리의 메인 상품인 신선식품에 비해 배송 생산성도 높다. 컬리가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서도 뷰티컬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컬리 관계자는 "올해엔 수익성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며 "상장은 대외환경이 호전되면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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