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바이오벤처 투자 절벽… "5년 만에 최저치"

지용준 기자 2023. 5.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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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바이오 투자 '극과 극②] "30억원도 못 갚겠다"… '돈맥경화' 온 바이오

[편집자주]바이오 업계 돈줄이 메말라가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가 바이오 업계를 매섭게 몰아친 영향이다. '큰 손' 투자자들은 경제위기로 인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투자보다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 투자를 받아야만 신약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최근 몇몇 바이오 기업이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하며 자금 물꼬가 트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지 살펴봤다.

바이오벤처 투자가 얼어붙었다.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투자금은 올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62.5% 이상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지난해와 딴판… 그나마 선방하는 바이오 IPO
②1분기 바이오벤처 투자 절벽… "5년 만에 최저치"
③[인터뷰]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바이오 투자, 느리지만 회복세"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과 달리 바이오벤처를 향한 투심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바이오벤처의 대표적인 외부조달 자금 창구인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은 올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약 60% 이상 쪼그라들었다. 바이오 기업들은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바이오벤처들이 청산 절차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액이 2조221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60.3% 감소한 수치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 불확실성이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통화 당국은 단기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의 경우 제로금리 기조에서 단 1년 만에 기준금리가 4.75%까지 치솟았다. 시중에 자금이 풀리지 않자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경색됐고 잇따른 실물경기 둔화 전망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금융 시장의 위축은 바이오 투자로 옮겨갔다. 지난 1분기 바이오벤처 투자액은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1분기 바이오의료 벤처투자액은 1520억원으로 전년 동기(4051억원) 대비 62.5% 감소했다. 이는 5년 만에 최저치다. 바이오의료 업종은 VC의 매력적인 신규 투자처로 꼽혀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VC의 신규 투자비중 1위는 바이오의료 업종의 차지였다. 그러다가 2021년 결국 ICT서비스에 1위도 내줬다.


재무성과는 없고 신뢰성은 바닥 찍었다


업계에선 바이오 업종 투자 축소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언급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바이오의 재무성과다. 바이오는 신약개발 등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산업이다.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외부 자금으로 활용해왔다. 투자자들도 꾸준히 이어졌기에 구태여 단기간 매출 성과에 목매지 않고 R&D에 집중했다. 수년째 성과없는 R&D는 결국 독이 됐고 '재무성과 부재'라는 프레임이 바이오 기업에 씌워졌다.

신뢰성도 바닥을 드러냈다. 신약개발 임상 시험 결과를 부풀린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한 바이오 기업은 공시를 통해 임상시험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1차 평가 지표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추가했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지적으로 자의적으로 덧붙인 데이터를 제외하는 데까지 11일이나 소요됐다.

상장 기업의 위기 신호로 읽히는 관리종목 지정도 줄을 잇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은 상장폐지 사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바이오벤처인 셀리버리를 비롯해 에스디생명공학, 인바이오젠, 뉴지랩파마, 바이오시네틱스 등 5곳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모두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해 회계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바이오의료 업종은 VC의 매력적인 신규 투자처로 꼽혀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바이오의료 업종은 VC의 신규 투자비중 1위였지만 이내 고꾸라졌다. 인포그래픽은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집행 현황(왼쪽)과 2022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 바이오벤처 투자액 추이. /그래픽=강지호 기자


전환사채 원리금도 못 갚는 바이오벤처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은 바이오벤처들의 '돈맥경화'로 이어졌고 일부 기업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뉴지랩파마와 에스디생명공학이 대표적이다. 뉴지랩파마는 지난 4월 전환사채(CB) 원리금 96억6210만원을 갚지 못했다. 자기자본대비 19.4%에 이르는 금액이다. 에스디생명공학도 지난 2일 CB 35억2752만원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자기자본의 12.4%에 달하는 규모다.

이뮨메드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진단키트 사업 진출을 위해 준공한 남춘천산업단지의 공장을 입주하기도 전에 매각했다. 사업 존속을 위해 일부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 절차를 밟았다.

정부와 바이오벤처 모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정책적으로 바이오벤처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지난 1일 업종 특화 평가지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벤처기업확인제도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혁신성과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확인해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제도를 통해 바이오에 관한 평가지표가 마련되면서 바이오벤처 업계에선 기대를 품고 있다. 중기부는 바이오 업종의 경우 신약 개발단계, 플랫폼 분야의 경우 활성 이용자 수 등을 평가지표에 추가 도입해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고 기업이 지표를 직접 선택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바이오 특성상 성장성 평가 시 매출액·영업이익 등 재무적 요소만을 고려하고 있어 제품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매출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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