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데이터로 '배터리 화재' 막다… 전기차진단기술센터 가보니

박찬규 기자 2023. 5.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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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조금 이상한 실험을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중고 배터리를 끼우기도 하고요 일부러 고장 상황을 연출해서 주행하기도 하죠."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전기차진단기술센터장의 말이다.

━각종 전기차 DB 쌓아 사고 막는다 ━생기원 내 전기차진단센터는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 구축함으로써 최첨단 장비와 방대한 데이터(DB)를 활용, 진단기술 개발과 기업 지원·교육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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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2테라바이트(TB) 분량 전기차 주행 데이터 수집해 각종 진단기술 개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차진단기술센터의 주행테스트룸 /사진=박찬규 기자
"저희는 조금 이상한 실험을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중고 배터리를 끼우기도 하고요 일부러 고장 상황을 연출해서 주행하기도 하죠."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전기차진단기술센터장의 말이다. 최근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비정상(?)적인 실험을 통해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 확보가 목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국의 생기원 시설 중 전기차진단은 제주본부에서만 가능하다.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개량하는 이곳은 최근 전기차 관련 진단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각종 전기차 진단기술을 개발, 유지보수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제조사와 공유하는 역할도 한다. 생기원은 자동차기자협회와 함께 전기차 안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시설을 둘러볼 기회를 마련했다.


각종 전기차 DB 쌓아 사고 막는다


생기원 내 전기차진단센터는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 구축함으로써 최첨단 장비와 방대한 데이터(DB)를 활용, 진단기술 개발과 기업 지원·교육을 담당한다. 연구원이 전기차 관련 유지보수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전기차 보급률에 비해 정비업체 부족 등 애프터마켓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수리 및 정비에 대한 사용자의 높은 불만 때문이다.

제주연구원이 전기차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비 부문에 대한 만족도는 60%로 운행비 절감(98%), 배터리 성능(79%), 1회 충전거리(78%), 충전 불편(6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를 수리하려면 전용 공구가 필요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는 엔진, 변속기 등 기계부품이 모터와 배터리 등으로 전환되는 급격한 전장화(電裝化)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면서 전기차 애프터마켓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두 가지 지원 전략이 병행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생기원 측 분석.

생기원은 2020년 4월부터 국·도비 19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통합 유지보수 실증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각종 장비 및 전기차 고장DB 구축, 정비기술 보급 및 기업지원 등 애프터마켓 창출에 필요한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생기원에 따르면 전기차진단센터에서 현재까지 구축된 장비는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배터리 모듈·팩 성능평가 시스템 ▲실주행 전기차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실험용 전기차 ▲내폭형 환경챔버 ▲안전성 및 신뢰성 평가 장비 등 총 29종이다.

전기차진단센터 시설 중 배터리팩 테스트 방폭룸과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테스트룸을 주로 둘러봤다.
전기차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면. /사진=박찬규 기자
이 중 주행재현장비는 샤시다이나모를 활용한 차의 고장 및 이상감지 기술을 개발, 테스트하는 곳이다. 해당 시설을 안내한 연구원은 "문제가 있는 배터리를 전기차에 끼웠는데 단지 주행거리만 줄어드는 오류가 있었다"며 "전기차의 자체 시스템에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과충전으로 화재 우려가 예상돼 제조사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정비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생기원은 현재까지 주행차량 200여대의 실시간 주행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등 2TB(테라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해 신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각종 정보를 사람이 분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데이터가 오갈 것"이라며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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