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증명' 김용범 부회장… 메리츠화재 '퀀텀점프' 노린다

전민준 기자 2023. 5. 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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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진격의 메리츠③] 공격적인 장기보험 영업, 손해보험 1위 목표 점차 현실화

[편집자주]메리츠금융그룹이 자회사 합병을 마무리하고 '원 메리츠(One Meritz)'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상장 자회사였던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1개만 남기게 된 구조다. 국내 주식시장 특유의 쪼개기 혹은 문어발식 상장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하는 파격 행보다. 메리츠금융만이 단일 상장사로 남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된 가운데 향후 수익성 확대는 물론 시너지 기대감이 커진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그리는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김용범 부회장이 통합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으로 메리츠화재 실적을 본격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메리츠화재

▶기사 게재 순서
① 메리츠금융, 지배구조 개편… '지분' 줄인 조정호 '신뢰' 챙겼다
② 닻 올린 '원 메리츠'… 시총 10조 눈 앞
③ '실력 증명' 김용범 부회장… 메리츠화재 '퀀텀점프' 노린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61·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가 손해보험업계에서 '만년 중하위권'이란 이미지를 벗고 더 큰 미래를 본다. 김용범 대표는 통합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을 계기로 효율적인 자본 활용과 신속한 경영 의사 결정을 통해 메리츠화재의 외형은 물론 내실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지난 2005년 한진그룹서 계열 분리 당시 당기순이익 264억1650만원, 시가총액 1700억원에 머물렀던 메리츠화재는 '만년 중소 손보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후 2015년 김 대표가 메리츠화재에 합류한 이후 7년 만인 2022년 당기순이익은 8683억원, 시가총액은 5조5219억원으로 각각 32배 이상 커졌다.

2022년 기준으로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삼성화재(1조1247억1000만원) DB손해보험(980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며 시가총액은 삼성화재(9조48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해상·화재보험사로 시작한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 해상보험 등을 축으로 2025년 당기순이익·시가총액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해상·화재보험으로 시작한 메리츠화재, 체질 개선 나섰다



메리츠화재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세운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모태다. 이후 1967년 한진그룹에 편입됐다가 2005년 한진그룹 계열사 분리 후 지금의 메리츠화재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2년 한진그룹 창업주이자 선친인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금융계열사 메리츠화재를 물려받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메리츠화재는 2005년 이후 새롭게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재경영을 앞세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메리츠화재를 실적 성장세에 올려놓은 것이다.

특히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메리츠화재는 비약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삼성화재의 채권·외환전문가 출신인 김 부회장은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과감히 시도했다.

그는 메리츠화재 대표 취임 후 전사적으로 '아메바경영'을 도입, 모든 조직을 성과형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메바경영은 큰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고 조직이 굴러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김 부회장은 보험업계의 획일화된 영업조직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2015년 3월 기존 '본부-지역단-점포'라는 3단계의 영업 관리 조직에서 본부 및 지역단을 모두 없애고 본사 밑에 영업점포로 직결되는 구조로 슬림화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경쟁력과 설계사 지원 강화 목적으로 활용했다.

설계사 출신 본부장 승격 제도를 도입해 설계사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성별, 나이, 학력 등의 차별 없이 영업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격해 산하 본부의 성과만큼 월 단위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했다. 학벌, 지연, 혈연 등을 타파하고 철저한 실력 위주의 인사 기준을 도입했다.


제2도약 발판 마련… 통합 지주는 어떤 영향?



2022년은 메리츠화재가 제2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해였다. 메리츠화재는 창사 이후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했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어린이·건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매출)는 9조529억4200만원으로 전년대비 6.3%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삼성화재(10조8677억500만원) 현대해상(9조7619억7700만원) DB손해보험(9조5771억8000만원) 등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하지만 성장세는 다른 경쟁사보다 가파르다.

지난 2022년 삼성화재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전년대비 2.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현대해상·DB손보는 각각 6.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증가율은 삼성화재보다 3.9%포인트, 현대해상·DB손보보다 각각 0.1%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화재보험 원수보험료는 694억2400만원에서 755억9700만원으로 8.9% 증가했으며 해상보험은 485억2200만원에서 540억200만원으로 11.3%, 자동차보험은 8059억2200만원에서 8370억1300만원으로 3.8% 증가했다. 장기·자동차·화재·해상보험 등 주요 상품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통합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을 계기로 공격경영에 더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김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아낌없이 지원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19일부터 21일까지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 보통주 2만6853주를 주당 4만3100원씩 총 11억5736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수로 김 부회장이 보유한 메리츠금융 주식은 32만주(0.15%)로 늘었다. 통상 전문경영인들은 실적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주주·임직원들에게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

김 부회장은 통합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이 효율적인 자본 활용과 신속한 경영 의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25일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주식 교환 결정 당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2014년부터 지주 CEO를 맡으면서 자본 재분배의 비효율을 경험했다"며 "이를테면 3사(금융·화재·증권)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시간적 지체가 존재하는데 통합 지주 출범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을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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