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지배구조 개편… '지분' 줄인 조정호 '신뢰' 챙겼다
[편집자주]메리츠금융그룹이 자회사 합병을 마무리하고 '원 메리츠(One Meritz)'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상장 자회사였던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1개만 남기게 된 구조다. 국내 주식시장 특유의 쪼개기 혹은 문어발식 상장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하는 파격 행보다. 메리츠금융만이 단일 상장사로 남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된 가운데 향후 수익성 확대는 물론 시너지 기대감이 커진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그리는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① 메리츠금융, 지배구조 개편… '지분' 줄인 조정호 '신뢰' 챙겼다
② 닻 올린 '원 메리츠'… 시총 10조 눈 앞
③ '실력 증명' 김용범 부회장… 메리츠화재 '퀀텀점프' 노린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원 메리츠'(One Meritz) 체제를 완성했다. 지주만 상장사로 남는 지배구조다. 복수의 상장사는 내부통제, 법규준수 의무로 계열사 간 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제약이 있지만 단일 상장사는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재에서 번 돈을 지주에 중간배당하고 증권사가 기회 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주가 그 돈을 배분하는 구조다. 대표 금융주인 KB·신한·하나·우리금융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진국형 지배구조, 단일 상장사를 구축한 이유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2월 메리츠화재와 주식 교환으로 약 4667만주를 신규 상장했고 지난 4월25일 메리츠증권과 주식 교환을 통해 신주 약 3663만주를 추가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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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과 계열 분리 전 총자산 2조7000억원, 시총 1700억원 규모의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 보험사에 불과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총자산 6315억원, 시총 1500억원의 중소형 증권사였다.
조 회장은 2015년 전문경영인 김용범 부회장을 고용했고 메리츠화재는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시장에서 진출해 2년 연속 매출 10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성장세를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익을 내며 지난해 '1조 클럽'에 입성했다.
두 계열사의 호실적에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각각 31.8%, 1.8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ROE 12.94%·ROA 0.72%) ▲신한은행(ROE 11.68%·ROA 0.7%) ▲KB국민은행(ROE 10.45%·ROA 0.67%) ▲하나은행(ROE 10.46%· ROA 0.65%) 등 4대 은행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의 보유 지분을 축소하며 기업의 가치 제고에 힘을 실었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금융의 보유 지분은 75.81%였지만 이번 재상장으로 28.81%포인트 낮아진 47.00%에 그쳤다. 메리츠금융의 신주 발행으로 조 회장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상속세 납부 등 지분 증여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조 회장 지분율은 20%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 통합을 선포하면서 올해부터 연간 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순익 50%의 주주 환원은 메리츠 3사의 통합 전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지주 27.6%·화재 39.7%·증권 39.3%)을 크게 넘어선다.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에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린다. 메리츠금융 시총은 9조4000억원대로, 8조5000억원대의 우리금융 시총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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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전자는 잇따른 자사주 소각으로 2015년부터 3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한국 상장사들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최대 주주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수단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다.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지난해 11월21일 3조4000억원에서 5개월 만에 9조4000억원대로 3배가량 커졌고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가치(통합 전 보유주식 수 기준)는 1조528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조 회장이 메리츠금융과 증권에서 받은 배당금은 1954억원으로 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하면 지분율을 더 늘릴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EO는 자사주를 통해 추가 출자와 출연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이후 자사주 소각 횟수와 규모에 따라 지분율이 상승할 여지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이번 상장사 통합은 대주주 지분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주식교환은 대주주 지분 승계와 전혀 상관없고 승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조 회장은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1주의 가치는 똑같다는 메시지다.
금융투자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은 2021년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 활용하며 주주환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조 회장의 자산 배분 계획이 '원 메리츠'를 100조원대 대형 금융지주로 키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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