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기 난사에 한인 일가 3명 숨져… 5살 첫째는 중태

박영준 2023. 5. 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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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파티 위해 아웃렛 갔다가 참변
총격범 백인 우월주의 성향
인종차별·증오범죄 가능성
印 출신 20대 엔지니어 등도 사망
경찰, 33세 용의자 가르시아 사살
우익암살단 ‘RWDS’ 휘장 달아
아시아계 증가율 가장 높은 댈러스
4년 전 ‘월마트 총격 악몽’ 재연
바이든, 총기 규제법 재차 촉구

미국 텍사스주에서 인종주의자로 추정되는 범인이 난사한 총기에 생일 파티를 위해 주말 쇼핑몰을 찾은 한인 일가족이 희생됐다. 30대 부부와 3세 아동이다. 부부의 5세 아동도 총에 맞아 중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미국의 총기 난사가 한인 가족을 겨냥했다. 총기 자유화에 대한 여론 지지가 유독 높고 한인 커뮤니티가 큰 텍사스에서 벌어진 일이라 앞으로도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우리 동포가 무고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6일(현지시간) 발생해 최소 8명이 숨진 미국 텍사스주 앨런시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 가운데 한인 가족 3명이 포함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현지 복수의 한인회와 소식통을 포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댈러스 외곽 소도시 앨런시의 한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조모(38), 강모(36)씨 부부가 숨지고, 이들의 아들 조모(3)군이 사망했다. 첫째인 조모(5)군 역시 총격을 당해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자다.
6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의 앨런 아웃렛 쇼핑몰에서 총기난사로 8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용의자가 사살된 뒤, 사람들이 쇼핑몰 건너편에서 경찰 통제 아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씨는 댈러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이며, 강씨는 댈러스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과의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친·인척들과 함께 텍사스주에서 오래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가족을 아는 댈러스 한인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들이 전날 오후 생일 파티를 위해 아웃렛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조씨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사고 당일 오후에 지역 교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지인들이 연락하다 사고를 당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물론 가족 모두가 지역 사회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한인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내 강씨가 소속된 지역 치과협회에서는 강씨 가족 등을 위해 온라인 기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휴스턴 대한민국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 가족과 접촉을 했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총격범은 차에서 내려 인도에 선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영상을 촬영한 사람이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날 때까지 총 30∼40발가량의 총성이 울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장에서 100발 이상의 탄피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는 백인 우월주의와 신나치주의 성향이 있다는 수사 결과가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총을 쏜 범인은 33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다. 현지 경찰과 언론은 전날 오후 3시30분쯤 가르시아가 아웃렛 앞 주차장에 댄 차에서 내리자마자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앨런시의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7일(현지시간) 앨런시 코튼우드 크릭 교회에서 열린 기도회 도중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앨런=AP연합뉴스
그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돌격용 자동소총인 AR-15류의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총격범을 사살한 뒤 소총과 권총 등 다수의 무기를 발견했다. CNN은 총격범이 보안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별도의 총기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적어도 3곳 이상의 보안회사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2018년에는 6시간 과정인 총기 훈련을 별도로 이수했다.

총격범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수사 당국은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수사 당국이 가르시아가 SNS 등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와 신나치주의자의 견해에 관심을 표명한 게시물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방송은 수사관들이 총격범의 소유로 추정되는 SNS 계정에서 인종주의와 관련된 수백 개의 게시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총격범은 범행 당시 ‘RWDS’라고 적힌 휘장을 달고 있었는데 RWDS는 ‘Right Wing Death Squad(우익암살단)’의 약자다. 최근 극우 극단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문구로 알려졌다.

조씨 가족 외에 다른 피해자도 유색인종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지 경찰 당국은 사건 피해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조씨 일가족 외에 아웃렛의 경비원으로 일하던 크리스티안 라쿠르(20)가 이번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인도 출신으로, 댈러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이슈와라 타티콘다(27)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 교전 끝에 가르시아를 사살했다. 하지만 가르시아의 총에 현장에서 이미 6명이 숨졌다.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9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수술 등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조씨 부부를 아는 댈러스 한인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인들이 너무 황망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부부가 지역의 한인 교회에 착실히 다녔는데 이번 일로 교인들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한인회 관계자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범죄라고 하면 한인들은 범죄 공포에도 떨고, 한인 타운 등이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받을까도 걱정을 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위험한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인구조사를 인용해 이번 총기사건이 발생한 앨런시가 속한 댈러스-포트워스 대도시 권역이 근래 미국 주요 대도시 중 아시아계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앨런시의 전체 인구 10만5000명 중 아시아계가 약 19%이고, 흑인이 10%, 히스패닉이 11%인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는 특히나 주도 오스틴 등지에 한인이 많이 거주 중이다.

이 매체는 2019년 텍사스 엘패소 월마트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23명을 사망하게 한 범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도 앨런시에서 살았다고 전했다. 크루시어스는 당시 히스패닉 침공을 경고하는 인종차별적인 화면을 온라인에 게시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미국 텍사스주 앨런시의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회에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등 총기 규제를 강화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는 올해 약 200건의 대규모 총기사건을 겪었다”면서 “1만4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어린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총기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의회에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보편적 신원조회, 안전한 보관 장소 요구, 총기 제조업체에 대한 면책 종료 등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켜) 내게 보내 달라고 재차 요청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연방정부 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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