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종 '뜨거웠던 눈물의 안녕',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우승만이 아니다
[마이데일리 = 안양 유진형 기자] 프로 스포츠는 성적으로 말하는 냉정한 세계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순위는 전부는 아니다. 순위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를 대하는 자세다. 안양 KGC는 우승의 감동만큼이나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농구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지난 7일 안양 KGC는 서울 SK와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0-97로 승리하며 통합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우승의 순간 KGC 캡틴 양희종은 벤치가 아닌 코트에 있었다. 양희종은 지난 5차전에서 허일영과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어깨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고 전지 6주 진단을 받았다. 어깨를 못 움직일 정도의 큰 부상으로 6.7차전은 깁스를 한 채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4쿼터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KGC는 100-97 상황서 어깨 부상 중인 양희종을 교체 투입했다. 3.4초를 남긴 상황에서 투입이었지만 아직 경기가 끝난 상황이 아니었다. 만약 SK가 가로채기를 성공해 3점슛을 성공시켜 극적인 동점을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GC는 우승보다 선수를 먼저 생각했다.
KGC의 역사와 함께한 '원클럽맨 레전드' 양희종에 대한 예우가 먼저였다. 양희종이 정든 코트와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이렇게 뜨겁게 작별한 마지막 3.4초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양희종이 깁스와 보호대를 벗고 투입되자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반긴 건 오세근이었다. 양희종과 오세근은 데뷔 후 오직 KGC에서만 뛰며 팀을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다. 두 사람은 2011~2012시즌부터 총 4차례 우승을 함께 일궈냈을 만큼 특별히 설명이 필요 없는 관계다. 오세근은 코트로 들어온 양희종의 손을 꼭 잡고 뜨겁게 포옹하며 그의 마지막 3.4초를 응원했다. 농구팬들도 양희종의 투입에 깜짝 놀라며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휘슬이 울리며 우승의 순간이 왔다. KGC 모든 선수들은 양희종에게 달려와 '영원한 캡틴'의 마지막 우승을 축하했다. 구단과 동료들의 배려에 양희종도 끝내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에서도 모든 포커스는 양희종에게 맞춰줬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도 헹가래를 칠 때도 양희종은 주인공이었다.
양희종은 지난 10년간 KGC를 이끈 주장이었다. 구단도 그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하며 예우했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화려한 기록은 없었지만,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팀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포기하지 않는 그의 농구는 이제 KGC 농구의 대명사가 됐다. 마지막 임무를 멋지게 완수한 양희종은 우승과 함께 코트를 떠났다. 안양 KGC 양희종의 '라스트 디펜스'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우승 후 끝내 눈물을 흘린 양희종. 사진 = 안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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