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는 어떻게 민심을 회복했나

손정빈 기자 2023. 5.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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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망했다"던 마블 영화 '가오갤3'로 반전
개봉 첫 주에 3700억원 벌어들여 성공
흥행 수치 뿐 아니라 완성도에도 호평
"예전 마블 영화 같다" 관객 한목소리
멀티버스 강박 벗어나자 간결·명확해져
스토리·캐릭터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시리즈 정체성 끝까지 지킨 뚝심 인정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영화를 잇따라 내놓으며 "망했다"라는 말까지 들었던 마블 스튜디오가 반등에 성공했다. 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이하 '가오갤3')가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어린이날 연휴를 장악, 무난히 200만 관객 고지를 밟을 거로 예상된다. '가오갤3'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를 포함 전 세계에서 일주일만에 2억8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벌어들이며 순항 중이다.

◇예전 마블 영화 같다?

아직 개봉 초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흥행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마블이 앞서 내놓은 작품들과 달리 다수 관객이 '가오갤3' 완성도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가오갤3' 흥행 소식을 전하며 "장기 흥행이 가능할 거로 보인다"고 내다봤고, 버라이어티 역시 "극장가 여름 성수기로 가는 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고 했다.


마블 영화는 '가오갤3'가 나오기 전에 공개된 3편의 영화가 모두 혹평에 시달렸다. 지난해 나온 '토르:러브 앤 썬더'(271만명)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210만명) 그리고 올해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155만명) 모두 완성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전 세계 총 매출액이 5억 달러를 넘기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마블 영화에 대한 평가는 반전됐다. 관객은 '가오갤3'를 두고 한목소리로 "예전 마블 영화 같다"며 말하며 호평하고 있다.

◇멀티버스가 없다

예전 마블 영화 같다는 말은 멀티버스(multiverse·다중우주) 콘셉트가 빠졌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는 '어벤져스:엔드 게임'(2019) 이후 페이즈4에 진입하면서 멀티버스 시대를 열었다. 멀티버스는 한 마디로 관객이 페이즈3까지 봐온 세계와 유사한 형태의 또 다른 우주가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콘셉트. 그간 마블 영화는 이 복잡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매 영화마다 적지 않은 러닝 타임을 소모해야 했다. MCU 영화 시리즈가 십수년 간 누적되면서 생긴 진입장벽이 멀티버스로 더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멀티버스 시대에서 활약할 새로운 캐릭터를 계속해서 등장시키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 편의 영화로서 완성도도 떨어졌다.


'가오갤3'에는 멀티버스가 없다. 다시 말해 '가오갤' 시리즈는 MCU 내 다른 작품 또는 다른 캐릭터와 연계되지 않고 사실상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나 '토르' 시리즈와 연결고리가 있긴 하지만 몰라도 상관 없는 정도다. 멀티버스에 관해 설명하지 않아도,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지 않아도 되자 이야기가 간결하고 명확해졌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인 로켓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가오갤' 멤버 간 가족애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게 되면서 관객의 몰입감 역시 커졌다. 이게 멀티버스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예전 마블 영화 같다라는 말이다.

◇로켓 마무리→설득·몰입·감동 UP

'가오갤' 시리즈 마지막 영화를 로켓의 전사(前史)를 보여주고, '가오갤' 멤버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게 관객 마음을 움직였다는 시각도 있다. '가오갤' 시리즈는 우주를 떠돌던 괴짜들이 한 팀이 돼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는 이야기가 바탕이다. 겉으로 보기엔 유별난 캐릭터들이 사실은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삶을 원하는 평범한 존재라는 설정이 내재돼 있다. 로켓은 '가오갤' 멤버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캐릭터. 그런데도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모습이 됐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가오갤3'는 이런 로켓에게 시리즈 마무리를 맡김으로써 10년 간 '가오갤' 멤버들의 여정을 함께해온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다.


'가오갤3'는 로켓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러닝 타임 상당 부분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관개의 더 큰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오갤3'가 멀티버스에 대한 강박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오갤3' 완성도에 관한 평가는 모두 다르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언론은 대체로 이 작품이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방식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끝까지 쿨하게 끝까지 뜨겁게

'가오갤3'가 마블에 실망한 민심을 돌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끝까지 잘 유지했다는 점이다. 유별난 캐릭터들의 이합집산,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유머, 유쾌하면서도 과감한 액션, 이 시리즈의 정체성인 친구·가족 코드,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명곡을 활용한 OST는 이 영화를 MCU 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놨다.


제임스 건 감독은 '가오갤' 시리즈의 핵심 요소를 반복 사용하면서도 관객을 질리지 않게 하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그만큼 '가오갤3'가 균형이 잘 잡힌 영화라는 얘기이다. 캐릭터를 활용할 때와 스토리를 전진시킬 때를 알고, 관객을 웃길 때와 울릴 때를 구분하며, 액션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이다. 건 감독의 이 균형 감각 덕분에 '가오갤3'는 15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도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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