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출신 구창근, 떨어지는 CJ ENM 주가 어떻게… 증권사들은 줄줄이 목표가 하향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구창근 대표, 올해 취임해 구조조정
올 1분기 적자전환… “단기간에 수익성 개선 쉽지 않을 듯”
CJ ENM이 올 1분기에 적자 전환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줄줄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CJ ENM 주요 자회사들의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해 초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창근 대표가 취임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CJ ENM의 목표 주가를 최소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CJ ENM 목표 주가를 12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대신증권은 8만8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각각 16%, 10% 낮췄다. 현대차증권도 13만6000원에서 26% 낮춘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CJ ENM 주가는 7만6900원으로 마감했다. 올 2월만 해도 11만원대였던 주가가 석달 사이에 30%가량 떨어진 것이다. CJ ENM 주가는 2014년 1월 43만16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후 우하향하는 추세다. 2021년 10월 19만원대에서 작년 5월에는 1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증권업계가 CJ ENM 목표 주가를 낮추는 이유는 우선 올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 1분기 매출이 9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0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조893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이었는데 이를 크게 밑돈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광고 매출이 줄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J ENM의 사업 분야는 크게 미디어, 영화·드라마, 음악, 커머스 등으로 구성되는데, 부문별 실적을 보면 주력 사업인 미디어와 영화·드라마 사업이 부진했다. 미디어와 영화·드라마 부문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343억원, 407억원이었고, 음악과 커머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81억원, 175억원이었다. 특히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티빙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로 제작 비용이 증가해 적자가 4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4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도 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CJ ENM은 올해 초 구창근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구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0년 이상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다가 2010년 CJ그룹 지주사인 CJ㈜에 입사했다. 여기서 기획팀, 사업팀을 거쳐 2016년 CJ그룹 전략실장을 맡았다. 구 대표는 CJ대한통운 등의 인수에 참여한 성과를 기반으로 2017년 CJ푸드빌 대표이사를 맡았고, 경영 개선을 위한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이후 구 대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CJ올리브영 대표를 지냈고, 올해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 대표 취임 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이 진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지난 4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말부터 조직개편을 연계한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라며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간소화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구조조정 작업은 OTT 플랫폼인 티빙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티빙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2% 증가한 24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56.3% 증가한 1192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CJ ENM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티빙 가입자수 증가가 직전 분기 대비 4%에 그쳤고, 매출 정체 및 손실 확대로 미디어플랫폼 부문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미디어 분야 실적이 단기간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피프스 시즌의 경우 매출 회복을 감안하더라도 고정비 부담이 가중될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수익성 회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 회복에도 먹구름이 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CJ ENM 주가는 인력·제작비 효율화와 비핵심 자산의 유동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는 오히려 판관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티빙과 피프스 시즌의 합산 적자 규모는 하반기 긍정적인 가정을 반영할 경우 2000억원 내외로 추정되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000억원 내외다. 하반기 재무구조 개선 계획 관련 성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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