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땐 회사 근무 규정 따랐는데 해고할 땐 노동자가 아니라네요”
44% 근로계약서 미작성
20%는 ‘위장 프리랜서’로
“채용공고에 주 5일 계약직으로 명시돼 있었고, 근무복을 입고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지시를 받으며 일했는데 회사는 제가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네요.(직장인 A씨)”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막상 합격하니 인턴 3개월 후 프리랜서로 일하라고 하더라고요.(직장인 B씨)”
채용·근로계약 단계에서부터 노동자를 속이거나 불리한 처우를 강요하는 사례들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거나, 막상 입사했더니 채용공고와 전혀 다른 처우가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 계약을 말하다’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계약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노동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라는 기초노동질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직장갑질119가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3년간 e메일로 받은 계약 갑질 상담사례 637건을 분석한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가 44.1%(281건)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황당한 조항 삽입’도 30.0%(191건)나 됐다. ‘1년 내 퇴사 시 급여 반환’ ‘시간·근태 등 준수하지 못한 경우 급여 미지급’ 등 독소조항을 근로계약서나 각서에 적는 경우다. 채용공고와 다른 근무조건을 입사 후 제시하거나, 면접 과정에서 인격을 모독하는 사례 등 ‘채용절차법 위반’도 21.7%(138건)로 적지 않았다.
사업자의 지휘·감독을 받는데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 등으로 계약하는 ‘위장 프리랜서’ 계약도 20.1%(128건)였다.
최근 골프장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캐디 C씨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부당해고 진정도, 직장갑질 진정도 할 수 없었다.
C씨는 “골프장이 정한 규정에 따라 출퇴근하고 근무하는데 왜 우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냐”라며 “내 위치가 이것밖에 안 돼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허탈함이 너무 크다”고 했다.
정부가 노동자성의 ‘실질’ 대신 계약서의 형식만 보고 쉽게 ‘노동자 아님’ 판정을 내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유경 노무사는 “법원은 이미 노무조건의 실질이나 상당한 지휘 감독 등으로 노동자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노동청과 노동위원회 등은 형식적인 징표, 특히 어떤 이름의 계약서에 서명했는지를 가장 먼저 따지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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