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불량' 기업 '올빼미 공시'…왜

기사내용 요약
연휴의 달 5월, 긴 휴장 노린 악재성 공시 기승
절반 이상이 장 마감 후 공시…"제재 방법 마땅치 않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연휴의 달 5월,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빼미 공시란, 장 마감 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한 때 슬그머니 올라오는 공시를 뜻한다. 주로 기업에 불리한 악재성 공시가 많아 연휴 후 주가에 바로 반영되면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어린이날(5월5일)을 낀 3일 연휴를 앞두고 지난 4일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는 276건의 공시가 게재됐다. 이 가운데 오후 3시30분 정규장 종료 이후 발표된 공시가 156건, 전체의 56.5% 수준이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낀 연휴 직전에도 올빼미 공시가 쏟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시된 241건 중 절반 이상인 124건이 장 마감 후 공시됐으며, 코스닥 시장의 경우엔 소속부 변경에 따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발 공시가 많았던 걸 고려한다 해도, 장 마감 이전에 이뤄진 공시가 전체 377건 중 67건에 불과했다.

긴 휴장 기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것을 기대하며 올라오는 일명 '올빼미 공시'가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달 3일 이상 연휴가 이어지고 있어 올빼미 공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포바이포와 산돌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공시를 발표했다. 포바이포의 행사 주식수는 신주 47만6577주로, 행사 비율은 총발행주식수의 4.53%에 해당한다. 산돌은 신주 8만주가 상장되며, 총발행주식수의 1.04% 수준이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신주가 상장되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늘어나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도 4일 장 마감 후 4건 올라왔다. 전환청구권 행사 역시 물량 부담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율호는 70억원 규모의 제5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371만5495주가 발행된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6.30% 규모다. 이 밖에 엑서지21(7.58%), 엔바이오니아(2.76%), 파인엠텍(1.04%) 등이 발행주식총수 대비 1% 이상의 주식을 발행한다며 전환청구권 행사 사실을 공시했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인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공시도 올라왔다. 윈텍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 제공 계약 체결을, 서울리거는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이 밖에도 엔지스테크널러지는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45억6000만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추후 전환권 행사 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207만2725주로, 주식 총수 대비 비율이 18.11%에 달한다. 엔지스테크널러지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스페코와 현대코퍼레이션은 계열사에 대한 채무 보증 결정 공시를 발표했다. 보증 금액은 각각 자기자본 대비 7.92%, 7.67%에 히댕한다.

거래소는 연초 상장사들에 장 마감 전 주요 사항을 공시해달라고 당부하고는 있으나, 제도적으로 이를 막긴 어렵다고 말한다. 악재성 올빼미 공시에 대해 법적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사유 발생 후 기업은 의사 결정 후 공시 문서를 작성해 거래소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데, 공시 시간이 늦어졌다고 해 귀책사유를 묻거나 불성실공시로 제재하긴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번째 매매일에 연휴 기간 올라온 공시를 공시 홈페이지에 재공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