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천 칼럼]한국 외교, 이제 호주로도 눈을 돌리자
'한미일 공조' 궤도에 진입하는 형국
이제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 들일때
濠, 핵심 전략 파트너라는 인식 갖고
'尹 방문' 등 포괄적 협력에 속도내야
윤석열 정부의 올 상반기 외교정책 성적은 국내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코 초라하지 않다. 전격적으로 제시한 징용공 해법은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한일 양국이 공통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협력의 추동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은 한미 관계 결속을 더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받은 환대와 ‘워싱턴 선언’이나 ‘핵협의그룹(NCG)’ 발족과 같은 가시적 성과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이 선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공조가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일 협력이 본격 가동하면 윤석열 정부는 이제 외교의 시선을 서남쪽으로 돌려 지난해 12월 공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에도 세심한 공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한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국가가 호주다. 한국과 호주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양국 관계를 2021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호주에 대한 국내 일반의 인식은 캥거루나 코알라 또는 오페라하우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튀르키예가 한국전에 참전해 함께 싸운 혈맹이고 형제 국가라는 인식은 있지만 호주가 미국 다음으로 참전을 결정했고 1만 70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해 같이 피를 흘린 국가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호주군이 주도한 가평전투는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해 서울 수호에 결정적 공을 세운 위대한 전투였다. 호주에는 가평전투를 기리는 ‘가평길(Kapyong Street)’이 10곳이나 있고 호주 육군은 일개 대대를 ‘가평부대’라 부르고 있다. 호주는 한국전의 숨은 영웅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호주와의 전략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호주가 한국의 핵심 전략 파트너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호 전략 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이 호주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거점 국가로서 일찌감치 역내 관여의 폭과 협력의 면을 넓혀오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거리를 두고 있을 때 호주는 한국에 한호 전략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이때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 아마도 호주가 완연한 반중 국가가 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통령 대부분이 중견국 외교 차원에서 임기 전반에 호주를 방문했던 것에 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몇 달 남겨놓지 않은 2021년 12월 호주를 방문했다. 대만 문제 등 중국 정책을 놓고 문 전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지만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확대라는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호주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양국은 이런 맥락에서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을 비롯해 과학, 사이버, 핵심 기술, 에너지 등 핵심 전략 분야에 대한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우주산업과 수소경제 역시 협력이 유망한 분야다. 호주는 군사력 증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K방산은 호주에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미 관계와 마찬가지로 한호 관계 역시 미래를 지향하는 포괄적 전략 협력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호 포괄적 전략 협력은 2022년 초 양국 모두 정권 교체기를 겪으면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추동력을 다소 상실한 모습이다. 한호 전략 협력이 본격 가동되면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이 올 하반기에 호주 국빈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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