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강타한 WBC 후유증? 메이저리그는 어떨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5.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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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정규시즌 외 기간에 진행되는 국제대회. 팬들에게는 '야구 축제'지만 선수들에게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4월부터 9월 또는 10월까지, 6-7개월 정도의 시즌 대장정을 치르는 선수들은 해당 기간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저마다의 '루틴'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때문에 시즌 외 기간에 진행되는 경기에 선수들은 만전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대회는 이미 '몸'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경기를 추가로 치르는 것인 만큼 '확장 포스트시즌'과 같은 개념으로 소화할 수 있어 그래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시즌에 앞서 열리는 대회는 몸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나서거나 루틴을 어기고 무리하게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올시즌 KBO리그에서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선수들의 부진,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이정후(키움)는 시즌 초반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고우석(LG), 나성범(KIA), 박병호, 소형준(이상 KT), 곽빈(두산) 등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세웅, 김원중(이상 롯데), 김윤식(LG), 이용찬(NC) 등도 지난해 만큼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어떨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는 사무국의 적극적인 장려 속에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가했다. 수많은 메이저리거들은 국적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WBC 규정에 따라 각자 연고가 있는 국가의 국기를 가슴에 새기고 야구 축제에 참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WBC에 출전한 선수들의 시즌 초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WBC 후유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함없는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있지만 부상을 겪거나 큰 부진에 빠진 선수들도 있다(이하 기록 5/8 기준).

대회 최고의 스타이자 WBC에서도 투타 겸업을 완벽히 소화한 오타니 쇼헤이(LAA)는 후유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올시즌에도 투타 겸업을 확실하게 해내고 있는 오타니는 마운드에서 7경기 4승, 평균자책점 2.54를, 타석에서 .295/.366/.512 7홈런 20타점 5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오타니와 결승전 맞대결을 펼친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도 32경기에서 .299/.388/.559 8홈런 20타점을 기록해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스프링캠프를 일부분 포기하고 대회에 참가한 요시다 마사타카(BOS)는 29경기에서 .321/.403/.536 6홈런 24타점 2도루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적응을 빠르게 마치고 '가장 뜨거운 타자'로 올라섰다. 일본에서 스타덤에 오른 라스 눗바(STL)는 잠시 부상을 겪었지만 21경기에서 .297/.429/.405 2홈런 9타점 3도루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대한민국 대표팀 최초로 외국 국적 선수로 참가한 토이 에드먼(STL)은 WBC에서는 아쉬웠지만 정규시즌 33경기에서 .248/.322/.448 5홈런 14타점 3도루를 기록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승에 올라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미국 대표팀에는 좋은 시즌을 보내는 선수가 많다. 마운드에서는 메릴 켈리(ARI), 제이슨 아담(TB), 데이빗 베드나르(PIT), 데빈 윌리엄스(MIL), 아담 오타비노(NYM) 등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야수 중에서는 J.T. 리얼무토(PHI), 윌 스미스, 무키 베츠(이상 LAD), 피트 알론소, 제프 맥닐(이상 NYM), 폴 골드슈미트(STL), 카일 터커(HOU)등이 여전하게 맹활약 중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에 참가했던 라파엘 데버스(BOS), 완더 프랑코(TB), 브라이언 아브레유, 제레미 페냐, 크리스티안 하비에르(이상 HOU), 넬슨 크루즈(SD), 윌리 아다메스(MIL),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일원이었던 호르헤 로페즈(MIN), 마커스 스트로먼(CHC), 프란시스코 린도어(NYM) 등은 예년과 대동소이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대표팀의 희망이었던 프레디 프리먼(LAD),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끈 잰더 보가츠(SD)도 여전하다. 멕시코 대표팀의 랜디 아로자레나(TB)는 커리어 하이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다.

반면 부진한 선수도 적지 않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MIA)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듀오 매니 마차도와 후안 소토는 예년과 전혀 다른 초반을 보내고 있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훌리오 로드리게스(이상 SEA), 루이스 가르시아(SD), 랜스 린(CWS), 마일스 마이콜라스(STL), 브래디 싱어(KC), 트레이 터너, 카일 슈와버(이상 PHI), 키케 에르난데스(BOS), 작 피더슨(SF) 등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대회 중 부상을 당한 에드윈 디아즈(NYM), 호세 알투베(HOU), 애덤 웨인라이트(STL)를 비롯해 루이스 우리아스(MIL), 타일러 오닐(STL), 조니 쿠에토(MIA) 등은 현재 부상 중이거나 부상을 겪어 시즌 초반을 정상적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회 기간 부상을 당한 선수를 제외하면 모든 부진과 부상을 단순하게 WBC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WBC와 무관한 시즌에도 얼마든지 부상자가 발생하고 부진에 빠지는 선수도 나온다. 애런 저지(NYY), 카를로스 코레아(MIN) 등 WBC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선수들은 있다.

시즌 초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예상을 벗어나고 있는 팀들이 다수 있는 메이저리그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팀에는 WBC 출전 선수가 없고 예상 이하의 팀에만 WBC 출전 선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개막과 함께 역사적인 연승 행진을 한 탬파베이에는 아로자레나, 프랑코 등 WBC에서 맹활약 한 선수들이 있었고 최하위 후보였지만 1위를 달린 피츠버그에서는 로안지 콘트레라스, 베드나르 등 WBC 출전 선수들이 맹활약했다. 반면 양키스는 저지와 카를로스 로돈 등 WBC와 무관한 선수들의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고 세인트루이스는 WBC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이 부진하기는 하지만 역시 WBC에 출전한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팀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다만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하고 평소보다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등 몸 상태와 기량에 영향을 줄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둘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가능하다.

시즌 초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WBC 출전 선수'들이 과연 남은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3월 전세계 야구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야구 축제'가 시즌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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