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면 분노" 우울증 고민에…"정신과 가세요" MZ 엄마들 조언

김지성 기자 2023. 5. 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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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들을 출산한 김모씨(32)는 출산 후 4개월째인 지난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김씨는 "결혼 전에도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그때는 나가서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해소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잠시도 아이한테서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 해소 방법을 모르겠더라"며 "주변에 아이 키우는 친구들 대부분이 정신과에 다니고 효과를 봤다며 적극 추천해줘 상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씨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정신과를 찾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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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아들을 출산한 김모씨(32)는 출산 후 4개월째인 지난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직장인에서 엄마로의 갑작스러운 역할 변화, 24시간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으로 정신 건강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면서다.

김씨는 "결혼 전에도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그때는 나가서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해소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잠시도 아이한테서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 해소 방법을 모르겠더라"며 "주변에 아이 키우는 친구들 대부분이 정신과에 다니고 효과를 봤다며 적극 추천해줘 상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담이 진행되는 단 50분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센터를 방문하는 대신 화상으로 상담에 참여했다. 당초 8회 상담 예정이었지만 5회 만에 상태가 호전돼 상담을 중단했다. 김씨는 "상담 전에는 일하는 엄마라서, 초보 엄마라서 부족했던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정신과를 찾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과거보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데다 정신 건강도 감기처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딸을 키우는 최모씨(34)는 "학업이나 일에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던 것이 육아에도 옮겨 오면서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며 "상담을 통해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육아서에 나온 '모범 육아'를 모두 다 따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나서부터 정신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회원수 320만명을 웃도는 한 임신·출산·육아 온라인 커뮤니티의 '육아·산후 우울증'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글이 올라온다. 이들은 육아·산후 우울증에 대한 자신의 상태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는 방식으로 위로를 건네거나 정신과 상담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본인 사례를 들어 정신과 상담을 독려한다.

8일 오전 이 게시판에 출산 후 100일이 안 됐다는 한 엄마가 아이 울음소리에도 분노가 차오를 정도로 감정 조절이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다른 엄마들은 "병원 문턱이 높지 않으니 병원에 다녀오셔라", "나는 병원 가서 힘든 모습 보이는 것도 싫어서 못 갔지만 꼭 병원 도움받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등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출산 후 우울증의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감정 변화가 심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육자의 건강뿐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출산 후 우울증은 흔한 병이고 때론 증상이 심하게도 나타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예전에는 '이런 것까지 병원 가야 하나' 생각하거나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안 왔다면 요즘엔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어머니의 우울증은 양육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아이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받아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출산을 후회하거나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추후 상태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아이 성장에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되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 후 산후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52.9%로 2018년(50.6%)보다 2.3%포인트 늘었다. 산후우울 위험군은 같은 기간 33.9%에서 42.7%로 8.8%포인트 증가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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