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금리 안정·은행권 개혁' 총력…"관치금융" 비판도
"은행 과점체제 깬다"…은행권 개혁 강행에 관치 논란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금리인상기에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지난해 5월 출범과 동시에 역대급 금리 인상기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취약차주의 빚 부담 완화와 금리안정을 위해 지난 1년간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연 8%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최고금리 연 5%, 최저금리 연 3%대까지 떨어져 기준금리 인상 직전 수준으로 돌려놓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큰 경쟁 없이 돈을 벌어들이는 '과점체제'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은행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면서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에서 시작된 은행권에 대한 질타는 "은행권 돈잔치"로 수위가 높아지더니 "과점체제를 깨라"는 지시로 이어지면서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이끌었다.
그러나 금리안정과 은행권 개혁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강해지면서 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됐고 해외 투자자가 금융주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한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확대 등 섣부른 제도개선 방안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실효성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동력이 약화되기도 했다.
◇ '금리안정·서민보호' 금융 최우선 정책 내세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2%포인트(p)에 달한다. 임기 직전 1.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50%로 올라섰다. 기준금리 급등 여파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지난해 말 연 8%를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빚 부담을 호소하는 취약차주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금리안정과 취약차주 보호를 금융분야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고, 자신의 공약인 '예대금리차 공시'를 즉각 시행했다. 은행별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가산금리, 금리 차이 등을 매월 투명하게 공시함으로써 은행 간 자율적인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해냈다.
이어 금리인상이 절정에 달한 올해 초에는 '공공재', '돈잔치' 발언 등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장에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은행권의 실질적인 금리인하와 상생금융을 이끌어냈다. 은행들은 일제히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췄고, 취약차주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상기에 무리하게 빚을 낸 차주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지난 1월말 고정금리 정책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최저 3%대의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출시 3개월만에 약 31조원 규모의 신청이 몰리는 등 인기를 얻어 벌써 연간 공급목표의 78%를 채웠다.
고금리 이자에 시달리며 사채에 내몰릴 위기에 처한 저신용자들에게는 지난 3월부터 50만~100만원의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액은 출시 한 달 만에 143억원을 넘어섰다. 약 2만3500여명이 지원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에게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빚을 탕감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 은행권 '과점해소' 경쟁력 강화방안 추진
윤 대통령은 은행권의 이자장사와 내부통제 부실 등 각종 문제의 원인을 '과점체제의 폐해'로 꼽으며, 지난 2월 금융당국에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즉각 출범시키면서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수술작업에 본젹적으로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TF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6대 과제로 공개했다.
그중 최우선 순위는 은행권의 과점 문제를 깰 수 있는 경쟁촉진·구조개선 방안이다. TF는 은행 인가를 용도·목적에 따라 세분화(스몰라이선스)해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 독립은행을 배출하는 방안,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 핀테크를 활용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챌린저뱅크' 등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시장에 새로운 '메기'를 투입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은행권의 고액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사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발언권)’ 도입과 단기성과 추구를 제한하기 위해 장기성과 보수의 절반 이상을 나눠 지급하는 '이연지급제' 등이 검토되고 있다.
◇ 정부 개입에 '관치금융' 논란도…"금융리스크 관리 신경써야"
그러나 정부의 금리안정과 은행권 개혁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안팎에선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환원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금융회사도 상장사로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도 있는데 금리 운영부터 배당, 성과급까지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질타 직후 주식시장에서 금융주가 약세로 돌아서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해소 방안의 모범 사례로 내세운 미국의 챌린저뱅크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세계 유수의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메가뱅크'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 보호와 금리안정을 통한 상생금융,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큰 틀의 정책 방향에는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라며 "다만 세계적으로 은행 등 금융업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업계와의 소통을 지속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에도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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