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집값 3년 전보다 8억 올라 거래된 까닭 [현장]

김서온 2023. 5. 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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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 허가구역 내달 만료 앞두고 매매 가격·거래량 회복 조짐
전문가 "재지정 가능성 높아…해제될 경우 실거주 의무 사라져 호재"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는 곳까지 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강남권역 내 비슷한 입지와 규모의 주택 매매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실거주 수요가 많거든요. 토허제 해제와 무관하게 집 팔고 이사 오겠다는 실거주 수요자들의 문의가 올해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달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오는 2024년 4월 26일까지 1년 더 연장한 데 이어 내달 만료를 앞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역시 연장될 것인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특정 지역의 거래를 규제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때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며, 주택 거래 시 '최소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즉,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9일 시와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내달 22일 만료된다. 시장에서는 앞서 재지정된 지역과 형평성 논란은 물론 집값 자극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기 위한 목적 등을 감안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원 '청담자이'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이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토허제 구역에 해당하면서 많게는 수백억대 초고가 주택들이 자리 잡은 청담동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과 거래량 회복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거래가 늘면서 자연스레 저점 대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일원 초고가 단지들에 둘러싸인 '청담대우멤버스카운티8차' 전용 141.04㎡는 지난달 8일 24억500만원(4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4년 전인 지난 2019년 4월 15억8천만원(3층)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다가 지난달 4년 만에 약 8억원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블록 내에 있는 '현대한강' 전용 136.26㎡는 지난달 가장 저층(1층) 매물이 29억5천만원(3층), 지난 2월 35억원(7층)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3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 동일면적대 물건이 18억5천만원(3층)에 팔린 이후 거래절벽에 시달렸으나 올해 들어 매물 2건이 잇달아 실거래됐다. 저층 매물 기준 실거래가를 비교하면 3년 새 9억원이 상승했다.

청담초·중·고와 맞닿아 있는 '청담대우로얄카운티6차' 전용 166.63㎡는 지난 3월 29억2천만원(2층)에 팔렸다. 무려 5년 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가 올해 실거래가 발생했는데, 지난 2018년 2월 동일면적대 저층 매물이 24억8천만원(1층)에 계약됐다. 5년 새 약 5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강남구 청담동 인원 E부동산 대표는 "전세로 돌릴 수 없고 실거주 매수만 가능하다. 즉,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근 지역의 토허제 지정기간이 연장되면서 이곳도 더 연장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엔 강남권 내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토허제로 묶인 지역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거래량도 주목할 만큼 늘었고, 이에 호가도 반응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기타 강남권역 내 규제가 크게 완화한 영향에 주택처분 또는 전세 놓고 들어오려는 문의도 꽤 늘었다"고 덧붙였다.

실거래가는 아니지만 호가도 오르고 있다. '빌폴라리스' 전용 166.01㎡는 지난 3월 48억5천만원(2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고층 매물 2건이 49억(20층), 51억6천5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저층 매물이 55억원대, 중층 이상 매물이 57~58억대에 형성돼 있다.

청담동 일대 대장주 브랜드 단지인 '청담자이' 전용 89.11㎡는 지난달 2월 33억원(32층)에 고층 매물 거래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36억5천만원(15층)에 2년 전인 지난 2021년에는 동일면적대 매물 3건이 31억5천만원(32층)~35억원(11층)에 매매됐다. 현재 이 면적대의 호가는 38~39억원대에 나와 있다.

인근 또 다른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로 묶였음에도 올해 들어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며 "거의 3~4년 동안 거래가 없다가 올해 잇달아 실거래가 속속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초부터 실제 문의도 많이 늘어났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허제로 묶인 만큼 가짜 거래나 투기 수요가 아닌, 실거주 수요가 유입됐다는 점"이라며 "직접적으로 청담동 내 가해진 규제가 있지만, 인접한 강남권역 내 문턱이 낮아지고, 수요자들의 여신, 금리 부담이 줄어든 것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장 침체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에 발맞춰 시가 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시가 지난달 압구정동과 목동 아파트지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만큼 청담을 포함한 삼성·대치·잠실 지역도 해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내림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은 더 내려갈 필요가 있다"며 "100번 양보해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의 황유상 연구원은 "서울 내 부촌이면서도 중심 입지에 속하는 이 지역들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져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실수요 외 거래가 어려웠던 투자수요도 해당 지역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수요 증가는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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