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부담 크게 줄었다지만…한전 누적 적자해소 '난망'
소폭 인상→한전 적자 해소 가능해져
'하루 이자만 38억원' 누적적자 여전
전력산업 생태계 공멸로 나아가는 중
전문가 "중폭 인상 통해 해소 나서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여당이 한국전력의 발전원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2분기 전기요금을 한 자릿수대 소폭 인상할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낮은 인상폭으로는 지난 2년간 누적된 약 40조원 규모의 한전 누적 영업적자를 해소할 수 없어 전력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정 내에선 최근 SMP 가격 급락으로 요금 소폭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SMP는 지난해 12월 1㎾h당 267.63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빠르게 떨어져 5월 1~8일 기준 137.70원까지 내렸다.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면서 수급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시세(JKM)는 작년 8월 1MMBtu(열량단위)당 53달러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 1월 19달러대까지 낮아진 데 이어, 4~5월 2개월 연속 11달러대로 추가 하락했다.
당정은 이에 1㎾h당 7원 이하를 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파악된다. 당정이 애초에 3월 말로 예정된 2분기 전기요금 조정 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도 서민 생활 안정과 함께 국제 에너지가격 하향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특히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에 따른 비난 여론을 경험한 여당은 올여름 ‘냉방비 폭탄’에 대한 부담이 크다.
현재의 SMP 하락 추세라면 한전은 전기요금 소폭 인상만으로도 2021년부터 이어진 ‘밑지며 파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전은 올 1~2월 기준 발전사로부터 165.6원/㎾h에 전기를 사서 149.7원/㎾h에 판매했는데, SMP 하락과 맞물려 전력 구입단가가 130원대로 낮아지면 7원 가량의 소폭 인상만으로도 원가 외에 20원/㎾h원 가량의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정 내에서 중폭 이상 인상 필요성을 고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전이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가 40조원 가량 누적됐기 때문이다. 전력구매가와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한전채 잔액이 76조원 가량 쌓여 있다. 언제가 됐든 해소해야 할 빚이고 이를 충분히 줄이기 전까진 지난해 기준 연 1조4000억원, 하루 38억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 연말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선 올 한해 51.6원/㎾h을 더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올 1분기 13.1원/㎾h을 올렸으니, 추가로 38.5원/㎾h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업계 전문가들도 당장 원가부담이 줄었다고 요금 인상 폭을 낮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력 수요가 연중 최대가 되는 여름이 되기 전 요금을 충분히 올려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지 않는 한 전력산업 생태계는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담은 제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의 추가 적자 발생을 막는 게 급선무이지만, 이를 위한 소폭 인상만으로는 공멸로 가고 있는 전력산업 생태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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