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침공시 폭파" "이중과세 방지"...美에 울고 웃는 대만 TSMC

김준석 2023. 5.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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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오른쪽)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의 50조원이 넘는 대규모 반도체지원에도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등 경쟁국 기업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만 산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대만과 미국 간 조세협정 법안을 발의하면서 TSMC 등 대만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미국 정치권 인사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미국이 TSMC를 폭파할 수 있다' 등의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대만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두 곳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모래주머니 달고 달리는 美 내 대만 기업들, 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5일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9일 외신에 따르면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공화당), 크리스 밴 홀런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민주당), 밋 롬니 동아태소위 간사(공화당) 등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미국과 대만 간 조세 협정을 체결하는 법안을 5일(현지시간) 공동발의했다.

대만 조세협정 법안(Taiwan Tax Agreement Act)이란 명칭의 이번 법안은 미국의 상위 교역 상대국이자 세계 주요 경제대국인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만큼 대만과의 경제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 조야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발의됐다.

주요 반도체 업체를 보유한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는 달리 대만은 미국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맺고 있지 않다. 이중과세는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본국이나 외국 중 한 국가에만 세금을 내도록 국가 간 맺는 협정으로, 이 때문에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서 내는 실효세율은 51%로 각각 40.5%인 한국과 호주, 37%인 중국에 비해 크게 높아 차이잉원 정부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미국 정부도 전향적인 입장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3월 말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과 대만의 조세협정 부재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넨데즈 위원장도 5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이 점점 더 많은 중국으로부터의 침략과 협박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대만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다"고 법안통과에 동참해줄 것을 동료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미국 대통령이 대만협회(AIT)를 통해 대만과 조세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협상 개시 최소 15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협상 완료 후 30일 이내에 협정서를 의회에 보내야 한다. 상·하원이 공동결의(concurrent resolution)를 통해 비준하면 발효된다.

TSMC 공급망도 같이 美 가야하는데...'이중과세' 걸림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만 산업계도 이중과세 방지 협정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TSMC의 미국 진출로 TSMC의 공급업체들의 대미 투자 유치가 중요하게 된 상황에서 이중과세는 공급업체들의 미국 진출의 장애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TSMC에 화학약품을 공급하는 리창룽(LCY)그룹은 현재 현재 텍사스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LCY그룹 관계자는 대만 연합보에 "연방, 주, 심지어 시정세까지 내야하는 상황에서 세후 이익을 대만으로 송금할 경우 법인세와 개인 배당세 등을 포함한 30%의 세금 공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토로하며 이중과세 방지 협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TSMC도 기업 차원에서 지난해 미국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 "세무협정의 부재로 일부 대만 공급업체가 미국에 새 공장을 짓기 어렵게 됐다"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中 침공설' 높아지는 지정학 리스크에...정부·TSMC '곤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검)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1.10. /사진=뉴시스
미국 의회와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대만 정부와 TSMC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세스 몰튼 하원의원(메사추세츠주)은 7일 2023 밀켄 인스티튜트 글로벌 컨퍼런스(Milken Institute Global Conference)에 참석해 "만약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TSMC를 날려버릴 수 있다(Blow up)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컨퍼런스에 참석한 미셸 플로노이 오바마 행정부 국방차관은 "말도 안되는 최악의 아이디어"라면서 "TSMC를 폭파시키면 당해년도에 2조달러(약 2644조원)의 피해와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이 중지될 것"이라고 해당 발언을 비판했다.

치우궈정 대만 국방부 장관은 8일 입법원(우리의 국회격)에 출석해 해당 발언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 누구도 국내 시설을 폭파시키려고 한다면 이는 대만의 국방을 침해하는 것으로 대만군은 대만을 지킬 책임이 있고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TSMC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애브릴 헤인스 국장은 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TSMC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 영향이 첫 몇 년 동안은 연간 6000억달러(약 800조원)에서 1조달러(약 13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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