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7순위’ 김민서, 신인상에 챔프전 MVP까지… “국가대표 되겠다”

박강현 기자 2023. 5. 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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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단신 탓에 8팀 중 6팀 외면
빠른 스피드로 핸드볼리그 골 2위
삼척시청 입단 첫해 우승 이끌어
7일 MVP에 선정된 뒤 기뻐하는 김민서. /대한핸드볼협회

160㎝. 핸드볼 선수로선 작은 키다. 그러나 자기보다 한 뼘 큰 장신들을 상대로 종횡무진했다. 지난해 8월 세계 여자 청소년 핸드볼선수권(18세 이하) 대회. 한국은 그녀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유럽 국가들을 무찌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非)유럽 국가 중 처음. 그리고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그러나 작은 키는 계속 발목을 잡았다. 그해 10월 펼쳐진 핸드볼리그 신인 선발장. 그녀의 이름은 7번째 순서에 가서야 불려졌다. 8팀 중 6팀이 그녀를 외면했다. 세계 대회 MVP인데. 나중에 들어보니 “청소년 무대에서야 통할지 몰라도 (그 키로는) 성인 리그에선 어림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그녀는 7순위로 삼척시청에 입단했다. 키는 여전히 리그 선수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근성과 스피드는 자신 있었다. 첫해 그녀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신인이 정규 리그 득점 2위(142골)와 도움 4위(97어시스트)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7일 끝난 2022-2023시즌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그녀는 팀 내 최다인 16골을 넣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신인상과 챔프전 MVP를 동시에 거머쥔 첫 선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삼척시청 센터백 김민서(19)가 그 주인공이다.

단신이란 핸디캡 탓에 김민서는 애초 ‘백업(back-up)’ 자원으로 분류됐다. 숨은 열정을 폭발시킬 기회를 못 잡을 뻔했다. 그러나 시즌을 앞두고 같은 포지션(센터백) 선배 송지은(27)과 올라운드 플레이어 이효진(29)이 팀을 옮겼다. 자리가 남았다. 이계청(55) 삼척시청 감독은 약간의 의문 부호를 남긴 채 그녀를 과감하게 중용했다. “일단 빠르고 핸드볼 이해도가 높다”고 봤다. 김민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득점과 도움은 2013년 당시 경남개발공사 소속 이효진이 세웠던 역대 여자부 신인 한 시즌 최다 득점(133골)과 도움(66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것이다. 이 감독은 “(앞에서 지명 안 해서) 우리 팀이 김민서를 잡은 건 기적이고, 김민서는 우리 팀에서 행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민서는 “(상위권에서 안 불렸어도)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고 생각해 아무렇지 않았다”면서도 “중·고교 땐 (키가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긴 했는데, 안 크니까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여자핸드볼 삼척시청의 김온아(왼쪽)와 김민서가 7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 나선 모습. 둘은 나란히 여자핸드볼의 현재와 미래로 꼽힌다. 손가락으로 만든 '1'은 가장 높은 자리인 '1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박강현 기자

김민서는 삼척시청에서 멘토도 만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시청에서 이적한 김온아(35)다. 김온아는 2008 베이징 올림픽(동메달) 때부터 ‘전설’ 오성옥(51) 백업으로 국가 대표를 했던 베테랑. 김민서가 존경하는 선배이자 같은 포지션이기도 하다. 김온아는 “(오)성옥 언니와 내가 16살 차이였는데, 나랑 민서도 어쩌다 보니 16살 차이”라면서 “민서는 자기 소신껏 핸드볼을 한다. 요즈음 추세가 센터백들이 득점과 어시스트를 다 가져가는 것인데, 민서는 벌써부터 이를 소화해 내고 있다”고 주목했다.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고 내다봤다. 김민서는 “(김)온아 언니와 같이 뛴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면서 “(언니처럼) 차근차근 올라가 국가 대표로 활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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