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성장률 1%도 위험, 기업이 신나서 뛰게 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일본 등의 8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의 평균치가 1.1%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전망치가 1.4%(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인 반면 마이너스 0.1%(노무라)의 역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왔다. 지난해 1인당 GDP가 18년 만에 대만에 역전된 데 이어, 올해는 1% 성장도 벅찬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1.8%)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성장률이 작년 2.6%에서 올해는 1%대 초반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 때문이다.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는 9개월째 수출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0%나 줄어들기도 했다. 코로나 봉쇄와 미·중 대치 등 여파로 대중국 수출 역시 7개월 연속 감소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과 반도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버텨줘야 하는데 정부도, 가계도 빚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는 1800조원이 넘는 금융 빚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전세 보증금까지 더하면 가계 부채가 GDP의 156%에 이른다. 자영업자 부채도 960조원에 육박하는데 코로나로 미뤄 놓은 일부 부채의 만기가 오는 9월 말 돌아온다. 버팀목이 돼야 할 정부 재정은 전 정부 때 펑펑 쓴 세금 포퓰리즘으로 멍이 들어 경기 부양에 돈을 쓸 여력이 약화됐다. 나랏빚이 1분에 1억2700만원씩 늘고, 국채 이자로만 향후 4년간 93조원을 써야 하는데, 올해 세수마저 20조원 넘게 구멍 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 침체의 원인은 구조적인데, 여기서 탈출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동력은 기업밖에 없다. 반도체가 부진하자 전기차를 앞세운 자동차 수출이 1위로 올라서고, 2차 전지도 수출 효자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기업들이 바이오·AI 등 첨단 분야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열고, 정부와 국회는 기업 활동을 발목 잡는 걸림돌을 제거해줘야 한다. 대만은 범국가적 지원 아래 반도체 산업이 활약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국민 소득도 한국을 앞지를 수 있었다. 신속한 노동 개혁과 적극적인 규제 혁신으로 기업이 신이 나 뛰게 하는 것 외에 무슨 다른 수가 있겠나. 지금은 자칫하면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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