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21> ‘귀 터지는 날’ 오방가르드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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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소음을 피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규칙적으로 심야 활동 중이다.
이날 공연 타이틀은 '귀 터지는 날'.
공연을 마친 소음발광의 보컬 강동수는 입수한 듯 땀에 흠뻑 젖었다.
이들이 열심히 때려라 부숴라 귀 터지게 연주하는 건 어쩌면 어벤저스가 지구를 지키듯,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서가 아닐까? 여러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있는 힘껏 소리치고 분노하며 울부짖어 주는 이들이 사회적 차원에서도 분명 꼭 필요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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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소음을 피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규칙적으로 심야 활동 중이다. 그러다 보면 깊은 밤 적막을 찢고 괴성을 질러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를 향한 심한 욕설도 있고, 속상하고 갑갑한 울부짖음도 있다. 화가 나고 서러운 이가 많은가 싶어 괜히 맘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남아있는 시민의식으로 늑대처럼 목청껏 화답하지는 않기로 한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저녁부터 자비심 없이 비가 떨어졌다. 폭우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어린이의 눈물같이 서러운 비를 뚫고 경성대 앞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로 향했다. 이날 공연 타이틀은 ‘귀 터지는 날’. 르세라핌 아이브 뉴진스처럼 최근 대세를 이루는 달달하고 흥겹고 세련된 음악들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귀 터질 것 같은 음악이 문득 그리웠다. 그런 사람이 꽤나 많았나 보다. 사전예매로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미역수염, 소음발광, 초록불꽃소년단 등 시끄럽기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3팀이 이날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9월 첫 정규앨범 ‘Bombora’를 발매한 미역수염의 공연이 시작됐다. 말랑말랑한 음악에 길들여진 고막이 격하게 폭발하는 굉음에 점차 적응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머지않아 부산이 낳은 세계적 밴드로 거듭날 거란 믿음이 더 강력해질 만큼 근사한 무대였다. 부산의 펑크밴드 소음발광이 뒤를 이었다. 팀명에 충실하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불태우며 하얗게 발광하는 무대였다. 공연을 마친 소음발광의 보컬 강동수는 입수한 듯 땀에 흠뻑 젖었다. 서울 펑크밴드 초록불꽃소년단 공연까지 지켜보며 이토록 격렬하고 역동적이며 탈진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는 무대는 굳이 시급으로 환산하면 2배 이상 쳐줘야 마땅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열심히 때려라 부숴라 귀 터지게 연주하는 건 어쩌면 어벤저스가 지구를 지키듯,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서가 아닐까? 여러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있는 힘껏 소리치고 분노하며 울부짖어 주는 이들이 사회적 차원에서도 분명 꼭 필요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 따위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우리에겐 이들처럼 강력하고 시끄러운 록스타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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