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53> 악기로 사용된 각골(刻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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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고대 유적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는데, 그중에는 토기·철기 외에도 고대인의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 골각기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물은 다양한 골각기 중 하나인 각골(刻骨)로,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각골은 길이 20.5㎝로, 사슴뿔의 지각을 다듬어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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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고대 유적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는데, 그중에는 토기·철기 외에도 고대인의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 골각기가 있다. 골각기는 동물의 살과 가죽을 벗기고 난 뒤 남은 뼈·뿔·이빨을 가공하여 제작한 도구를 말한다. 이러한 골각기는 패총 유적에 잘 남아 있다. 그것은 패총을 이루는 조개껍데기의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라서, 산성 토양을 약알칼리성으로 변화시켰고, 동물이 죽은 뒤에 지각의 구성성분으로 재흡수되어 칼슘 성분을 보충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물은 다양한 골각기 중 하나인 각골(刻骨)로,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은 부산 동래 패총(사적 제192호)에서 동쪽으로 106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부산 동래 패총은 2~4세기 조성된 삼한·삼국시대 패총으로, 발굴조사를 통해 철 생산 유구를 비롯하여 다량의 유물이 확인되었다. 이 유적과 인근에 있는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도 사적 제192호인 부산 동래 패총의 연장선으로 보이며, 인근에 있는 부산 복천동 고분군의 지배집단이 남긴 생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낙민동 100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각골은 길이 20.5㎝로, 사슴뿔의 지각을 다듬어 제작한 것이다. 외면에 세로 방향으로 촘촘하게 여러 줄의 홈을 파서 선각 문양을 새겼다. 이 가운데 2개의 선은 촘촘히 모여 있는 선각 부분에서 떨어져 새겨져 있다. 양 끝부분은 깎기 기법으로 마무리했고, 외면에도 깎기, 마연하기 등으로 마무리했다. 부산 낙민동 100-1번지 유적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각골이 출토되었다.
각골은 사슴뿔의 표면에 여러 줄의 홈을 낸 것으로 조골(彫骨)로도 불리는데, 삼국시대 유적에 해당하는 부산 고촌 유적의 공방지에서도 7점이나 출토되었으며, 창원 신방리 저습지, 경산 임당 저습지 등에서도 출토되었다. 각골은 복골과 관련해 점치는 뼈의 일종으로 생각해 왔으나 홈이 난 곳을 술대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인 찰음악기(擦音樂器)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와 유사한 용도로 추정되는 유물 중 목제로 만든 유물도 있다.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는 막대기 모양의 목제 표면에 여러 줄의 홈을 낸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물의 용도를 술대로 문질러 소리를 냈던 악기로 추정하고 있는데, 중남미 민속 악기 중 귀로를 참고할 때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귀로는 호리병 모양 열매를 건조해 겉면을 오톨도톨하게 홈을 낸 뒤, 철사나 막대로 긁어 소리를 내는 악기였다.
이처럼 구석기시대부터 사용한 골각기가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용도로 분화 발전하여, 삼한·삼국시대에는 악기로 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한의 악기나 음악 활동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삼한 소국에서는 밤낮 없이 무리를 이룬 뒤 서로 동작을 맞춰 땅을 밟으면서 몸을 낮추었다 올리고 박자를 맞추는 방울춤을 추며 농경의례를 진행했다. 이때 박자를 맞추기 위한 도구로 각골과 같은 타악기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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