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자 나미영씨… 88올림픽 시상식 꽃다발 만든 어머니의 기념 액자

채민기 기자 2023. 5.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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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플로리스트’ 모친 이윤선씨
꽃다발 디자인에 참여한 공로로
올림픽위원회가 감사 액자 선물
당시 IOC·서울조직위원장이 서명
/나미영씨 제공

“FOR YOUR PARTICIPATION IN AND CONTRIBUTION TO THE SUCCESS OF THE GAMES OF THE XXIVTH OLYMPIAD SEPTEMBER 17-OCTOBER 2, 1988 SEOUL, KOREA(제24회 서울 올림픽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헌에 감사드립니다).”

서울 독자 나미영(65)씨가 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는 기념 액자에 적힌 짧은 문구다. 아래에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박세직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서명이 있다. 1988년 가을 서울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에게 메달과 함께 전한 꽃다발을 디자인·제작한 고(故) 이윤선(1933~2006)씨와 윤선꽃예술중앙회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한 것이다.

이윤선씨는 1967년 윤선꽃예술중앙회를 창설한 국내 1세대 플로리스트다. 딸 나미영씨가 어머니에 이어 현재 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나씨는 “어머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올림픽에 작게나마 기여한 데 큰 자부심을 가지셨다”고 했다.

꽃다발의 꽃이 시든 뒤에도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태극 무늬 부채를 부자재로 썼다. 리본은 메달의 리본과 비슷한 색감으로 통일성을 높였다. 선비들이 아낀 흰색 소국(小菊)으로 한국의 미를 나타내고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글라디올러스도 사용했다. 선수들의 땀에 대한 경의, 세계에서 온 손님들을 향한 감사와 애정, 한국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담은 디자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엽이 꽃다발을 손에 들고 환호하고 있다. 결승전이 열린 9월25일이 추석이어서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었다. /조선일보 DB

생화가 재료이기 때문에 사전에 대량 제작할 수 없었다. 이윤선씨와 중앙회 회원들이 매일 경기장에 나가 그날 필요한 꽃다발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울올림픽 대회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시상식은 27종목 경기에서 270회 거행했으며 금메달 580개, 은메달 570개, 동메달 628개를 수여했다.

서울올림픽은 이념 대결과 보이콧으로 반쪽짜리가 됐던 냉전 시기 올림픽과 달리 동서 화합의 이상이 실현된 대회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을 세계가 확인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대회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꽃다발 하나에도 한국을 알린다는 자긍심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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