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늦은 결혼과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보관
1960년도에는 한 가정에 자녀가 5명 이상이었고, 딸 7명을 낳은 후 아들 낳으려고 자녀가 8명 되는 가정도 많았다. 1978년 7월 21일 나는 밤새도록 대학병원에서 당직하고 의국에 올라와서 TV를 켰는데 영국에서 시험관아기 시술로 첫아기가 탄생됐다는 아침 6시뉴스 방송이 나왔다. 산부인과 레지던트인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고 달나라와 같은 뉴스구나 하면서 면전에 닥친 아침 초독 발표준비를 했다.
1980년도 초까지 산모는 되도록 자연분만을 시도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원하기도 한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잘잘못에 관계없이 병원과 의사에 책임을 묻는 시대여서 무리한 자연분만을 자제한다. 그만큼 산모 요구와 시대적 상황의 변화로 제왕절개수술 기준이 현실에 맞게 변했다.
1960년대는 물론이고 1970년도에도 임신이 안 되는 난임환자는 그냥 임신을 포기하고 지냈다. 그 당시 산부인과에는 난임진료과가 따로 없었으며, 산부인과 교과서에도 난임 항목을 특별히 다루지 않았다. 무정자증 환자는 물론이고 남편 정자에 이상이 있으면 임신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1985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됐다는 사실이 국내뉴스로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난임부부는 되도록 자연임신을 원했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꺼려했다. 세월이 지나고 시험관아기 임신율이 높아짐에 따라 지금은 난임부부도 임신이 안 되면 바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다. 또한 난임치료가 의학적으로 많이 발달했고, 환자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어느 날 학원 원장선생님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으려고 병원을 방문했다. 이분은 특별한 난임 원인이 없는데 왜 일부러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려는지 물어보았다. “저의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성적 좋은 초등학생이 모두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학생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머리 좋은 아기를 가지려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늦은 결혼으로 난임부부가 늘어났지만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이 되고 있다. 그러나 40대가 넘어 결혼하면 그만큼 임신율이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늦은 결혼 계획을 가진 미혼여성은 향후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젊었을 때 미리 건강한 난자의 냉동보관을 시도하기도 한다. 35세 미혼여성이 자신의 난소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됐다. 40세 넘어 결혼계획을 생각한 미혼여성은 미리 3번 난자 채취를 해 모두 9개 난자를 냉동보관했다. 7년 후 40세 넘어 결혼한 여성은 냉동보관된 9개의 난자 중 4개를 사용, 한 번만의 시험관아기 시술로 아들을 분만했다. 이 여성은 나머지 5개의 난자로 둘째아기를 계획하고 있다.
늦은 결혼을 생각 중인 미혼여성의 결혼 전 난자 냉동보관은 아직 보편화돼 있지 않다. 그러나 제왕절개가 그러하듯이, 시험관아기 시술이 자연스럽게 받아지듯이, 40대의 낮은 임신율을 고려해 볼 때 결혼 전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보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저출산을 생각하는 시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비는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보관 지원비는 부족한 상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업이 경제적으로 부족한 미혼여성에게 난자 냉동보관 시술비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인간의 자연임신은 여자와 남자가 섹스하여 얻어진 결과다. 자연임신과 시험관아기 시술 후 임신의 공통점은 엄마의 자궁 안에서 10개월 자란 후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다. 만일 시험관아기 시술로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수정란이 인간의 자궁이 아니고 기계로 만든 인공자궁에서 10개월간 지낸 후 아기가 생산될 수 있다면 산부인과의 진료 영역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4차산업 AI 시대에 비대면 진료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단과 처방, 원격조정을 통한 로봇수술 등 의료전반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 등 사회 전반에서도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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