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블론’서 독보적 클로저로… 서진용 “뒷문, 닫아야만 하잖아요”

임보미 기자 2023. 5.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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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서진용(31·SSG)은 독보적이다.

서진용은 "감독님이 올 시즌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겨 주셔서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첫 경기부터 전광판에 (지난해 평균 기록보다 시속 2km가 빨라진) 시속 145km가 찍히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도 더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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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5경기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0’… SSG팬들 ‘서즈메의 문단속’ 열광
2017년 5번 ‘블론’에 마무리 반납… 작년에도 21세이브 후 또 내려와
“단순한 생각으로 던지니 구위 향상… 올해는 ‘마무리로 마무리’가 목표”
프로야구 SSG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올 시즌 15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개막 6주차에 13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는 “평균자책점 0.00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서도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한 타자, 한 타자를 잡는다는 생각만 해 달리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SSG 제공
올 시즌 서진용(31·SSG)은 독보적이다. 2023 프로야구 개막 6주차인 8일까지도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마무리 투수로 15경기에 등판해 1승 13세이브를 거뒀다. 리그 전체 67세이브 가운데 20% 가까이를 서진용 혼자 책임졌다.

SSG 팬들은 서진용의 이런 활약을 두고 올해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따와 ‘서즈메의 문단속’이라 부르고 있다. 전개도 비슷하다. ‘재앙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서진용도 ‘서블론’이라 불리던 시절의 아픔을 이겨내고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일어서고 있다.(아래 소제목은 애니메이션 대사에서 따왔다)

●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서진용은 2017년에도 마무리 투수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해 5월까지 블론세이브만 다섯 차례를 저지른 뒤 마무리 자리를 반납했다. 지난해에는 5월 중순부터 클로저로 활약하며 21세이브(7승 12홀드)를 거뒀다. 하지만 8월 말부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등판 두 경기 연속 끝내기 패전 투수가 됐다. 결국 또 한번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서진용은 “늘 시즌 중반이 되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며 웃고는 “그동안 중간과 마무리 사이를 너무 왔다 갔다 해서 올해는 ‘마무리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서진용은 빠른 공과 포크볼 딱 두 가지 구종으로 승부를 보는 ‘투 피치’ 투수다. 서진용이 무슨 공을 던질지 타자가 예상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서진용은 현재까지 상대 타자 63명 가운데 30.2%(19명)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있다. 지난해 탈삼진 비율(18.5%)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서진용은 “포수 미트만 보고 ‘칠 테면 쳐라’라는 마음으로 던진다. 안타를 맞으면 ‘타자가 잘 쳤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며 “삼진이 늘었다는 건 아무래도 지금 구위가 좋다는 뜻이라 더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SSG 랜더스 구단의 ‘L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서진용. SSG 제공
경남고 2학년 때까지 3루수로 뛴 서진용은 고3을 앞둔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투수로 전향했다. SSG 전신인 SK에서 2011년 신인 드래프트 때 그를 1라운드 지명한 것도 “어깨가 싱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진용은 무릎 수술을 받는 바람에 프로 입단 첫해를 대부분 재활로 보냈다. 당시 서진용은 지루한 재활 훈련을 이기지 못하고 숙소를 탈출하곤 했다. 그 시절 만난 지도자가 현재 SSG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원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그때 진용이에게 잔소리를 정말 많이 했다. 아마 내가 2017년 롯데 코치로 갔을 때 진용이가 가장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용은 “감독님이 올 시즌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겨 주셔서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첫 경기부터 전광판에 (지난해 평균 기록보다 시속 2km가 빨라진) 시속 145km가 찍히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도 더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여전히 홈런이 펑펑 터져서 가끔은 좀 쉬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는 경기가 기울어진 다음에만 등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때는 꼭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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