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 ‘SG사태’ 예견한 유튜버 “투자에서 나만 믿으란 말은 사기”
“두렵기도 했지만, 피해자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SG증권발 주식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3개월 전에 예견한 유튜버가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유튜브 ‘설명왕-테이버’ 채널을 운영하는 김태형씨는 지난 1월 20일 ‘공개하기 무섭지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번에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8종목 중 다우데이터·삼천리·선광·대성홀딩스·세방 등 5종목의 주가가 과열됐다고 짚어냈다. 해당 영상은 2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김씨는 8일 본지 인터뷰에서 “원래 주가 하락을 경고하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센데, 이번엔 시세 조종 배후 세력의 규모가 워낙 커서 방송하기가 조심스러웠다”면서도 “주가조작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방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종목들이 유통 물량이 별로 없는 소위 ‘품절주’인 점을 주목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 잔액이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1월 방송에서 “주식 물량을 많이 쥐고 있는 사람이 던지는 날이 고점이기 때문에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김씨가 경고한 4종목 가운데 다우데이터는 대주주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140만주(605억원가량)를 대량 매도한 뒤 급락했고, 2거래일 뒤인 24일부터 27일까지 60% 넘게 하락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으로 학·석사를 받고 플랜트 설계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개인 투자로 돌아섰다. “기술을 공부하다 보니 투자 대상이 눈에 띄었고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그는 2018년 경제 방송을 시작했다. “투자 업계에 사기꾼이 많아 영상을 통해 한국 주식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제작 방향도 ‘사기꾼을 골라내는 법’ 등으로 잡았다.
김씨가 말하는 사기꾼은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사람’이다. “투자는 스스로 하는 판단이 중요한 영역인데 ‘나만 믿으라’는 말은 사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 투자를 15년째 하고 있는 김씨의 투자법은 “운전·요리처럼 본인이 직접 해보라”는 것이다. “저도 원금의 90% 이상 까먹은 깡통을 두세 번 차봤습니다. ‘큰돈을 벌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양 떼처럼 휩쓸리면 실패 가능성이 커집니다.”
작년에는 투자 서적을 펴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등 경제 전문가들과 같은 소속사로 대형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그는 매일 아침·저녁 경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청자 1000여 명의 질문에 답하면서 경제 공부도 한다고 했다. “활동명 테이버는 네이버와 제 이름을 합친 것으로 다양한 경제 문제에 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그는 배당주와 성장성 있는 테크 관련주 등 실적이 확실한 종목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익률은 연 평균 20%로 1년에 200~300%씩 벌었다는 사람들보다 화려하진 않아요. 하지만 확실한 원칙은 ‘물리더라도 안전한 주식만 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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