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의 ‘금융CEO 동반’ 해외출장, 참 낯서네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주 해외 출장을 갑니다. 그런데 출장 내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해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갖습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등이 동행합니다. 금감원장이 해외 IR 행사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감원장의 해외 출장에 쟁쟁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동행하는 것도 낯선 풍경입니다.
금감원 산하에는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해외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금융중심지 지원센터’가 있어 금감원이 가끔 해외 IR 행사를 갖긴 합니다. 하지만 부원장 주관으로 간소하게 치러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 금융사 CEO들도 해외에 나가 종종 IR 행사를 갖지만, 당연히 금감원과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진행합니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해외 투자 유치 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요란한 해외 출장에 대해 의아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금융회사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금감원 수장이 피감 기관인 금융회사 CEO들을 대동하고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죠. 한 금융계 원로는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자들 만나는 데 금감원장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해외 IR 행사를 하려면 비용도 적지 않게 드는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SG발 주가 폭락 사태, 전세 사기 등 국내에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이런 식의 해외 출장이 꼭 필요하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임명 때부터 화제가 된 이 원장은 그동안 여러 ‘튀는’ 행동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몇 달 전에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공매도 규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 금감원장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월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의 이런 튀는 행동에 대해 여의도 안팎에서는 “정치권 진출에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원장의 처신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으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소문은 더욱 무성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