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호주 집값 반등… 세계적 하락기 끝났나

이성훈 기자 2023. 5.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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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영향
캐나다는 전월 대비 4%나 올라
“불황 직전 일시적 현상” 전망도
일러스트=박상훈

지난 2일 영국의 주택 금융기관인 ‘네이션와이드’가 4월 부동산 지표를 발표했다. 영국의 주거용 부동산 평균 가격은 26만441파운드(4억3500만원)로 지난 3월과 비교해 3319파운드 올랐다. 1.3% 증가율이었지만 언론의 반응은 다소 격했다. 경제 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집값 충격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출 부담 감소에 예상 밖 상승’, 영국 일간 가디언은 ‘8개월 만에 첫 상승’이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가드너는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 심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과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줄곧 하락하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최근 발표된 주요국 주택 가격 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작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랠리’가 거의 끝단에 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상승 추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미국 은행 위기 등 불안 요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집값 바닥 찍었나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급락했던 미국 집값은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미국의 대표 부동산 지표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10대 도시 기준)는 2월 기준 310.26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0.3% 올랐다. 이 지수는 항상 두 달 후에 발표된다. 2월 인상 폭은 미미했지만 7개월 연속 하락세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호주도 바닥을 찍었다. 호주 부동산 지표인 ‘코어로직’ 전국주택가격지수는 4월 0.5%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올랐다. 시드니가 1.3%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캐나다 집값은 지난 3월 평균 68만6400캐나다 달러(약 6억8000만원)로 전월 대비 4% 오르며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5월 이후 줄곧 하락하던 캐나다 국립은행의 주택가격지수도 10개월 만에 상승했다. 금융컨설팅 회사인 ‘유로페이스’의 독일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6월 224.87을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였지만, 지난 1월 바닥을 친 후, 2~3월(213.95)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작년 연말만 해도 올해 글로벌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잿빛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11월 “2021년 연말 장밋빛이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1년도 채 안 돼 뒤바뀌었다”며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도 지난 1월 기사에서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2023년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문한 결과, 24곳이 추가 하락을 예상했고, 5곳이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집값 움직임은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금리가 고점에 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주택 공급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7%였다. 하지만 최근엔 6%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작년엔 6%를 넘었지만, 최근엔 4%대로 떨어졌다. 매물 부족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가 높은 데다 신규 주택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갈린다. 미국의 주택 전문 분석 회사인 ‘블랙 나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는 한 미국의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3월 집값도 2월보다 0.45% 정도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션와이드도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고, 노동 시장 여건이 향상된다면 주택 매수 심리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시적 반등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경기 불황 가능성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악재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미국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며 “그렇게 보면 현재 집값 반등은 일시적 현상이고, 추후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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