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 시대,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
최근 전남 지역 모 초등학교의 한국인 학부모는 베트남어, 중국어 등 이중언어 교육 시행이 우리 국민에게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 베트남인·중국인인 경우 등 다문화가정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언어 교육 문제는 중요한 현안이다. 이중언어 교육으로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한국어뿐 아니라 부모의 모국어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 적응을 돕고 미래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의한 인구절벽 현상이 심각하다. 초·중·고교는 물론 심지어 대학들까지도 신입생이 끊겨 끝내 폐교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혼율과 신생아 출생률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고령자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노동력과 다문화가정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인구 붕괴로 세계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출산 장려 정책을 대폭 보정하고 과감한 이민 수용 정책을 조속히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990∼1991년 가족을 동반해 미국 LA 인근 지역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미국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영어의 ABC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 어린이들 틈바구니에서 한국인 아이가 공부하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나는 아들이 영어를 빨리 습득해 학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력했다. 아울러 미국의 초등학교 교육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미국의 초등학교는 학부모회의 소집을 직장 일이 다 끝난 저녁 시간에 교실 또는 소강당에서 하는 점이었다. 처음 참석했을 때 나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구석 여기저기에 학부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교사들이 각각 역할을 분담해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나라의 학부모들에게 학교 측 전달사항들을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학교에 단 한 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을지라도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교사들이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에 차질이 없었다.
이중언어 교육은 글로벌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갖추게 해주며, 국제적 협력과 이해를 촉진시킨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인종, 국가 간의 이해와 소통을 증진시키고, 세계적인 시야를 가진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한국은 처한 여건상 다문화 사회 내지 다민족 국가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급 학교에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교사들이 배치돼야 한다. 이는 교육예산의 낭비도, 한국인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도 아니다.
1980년대 초반 내가 재직하던 대학의 총장은 해외연수 때 자녀를 동반한 교수의 자녀들이 귀국한 후에도 영어를 잊지 않고 계속 습득하게 함으로써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는 것이 미래에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견적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최성용 서울여대 명예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