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8번 퇴짜당한 ‘코인 신고 의무법’
최고 60억원에 달하는 코인 보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작년 초 신고한 재산은 12억6794만원이다. 김 의원이 작년 1~2월 보유했다는 ‘위믹스’ 코인 80여 만개의 최대 가치 60억원과는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거듭된 논란에도 김 의원은 “법적 문제가 없다”며 재산 신고를 정확하게 했다는 입장이다.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엔 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은 신고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왜 법이 그 지경이냐”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가상 자산을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였던 2018년부터 현재까지 8차례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선 2018년 1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가장 처음 발의했고, 이어 같은 당 노웅래·기동민 의원이 차례로 발의했다. ‘공익과 사익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커서 투명한 공무 수행을 위해 가상 자산을 재산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까지 관할 상임위의 소위 문턱도 넘지 못 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이 법을 검토한 행안위 전문위원은 “가상 자산을 통한 재산 은닉을 방지할 수 있어 입법 타당성이 인정된다”면서도 “가상 자산 관련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제대로 신고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입법 실익’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가상 자산을 어떻게 볼 것인지 법적 개념이 규정되지 않아 다소 애매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2020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 자산’에 대한 정의가 명시되면서 그런 변명 거리도 사라지게 됐다.
그 이후에도 국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한규·민형배·신영대·이용우 의원,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등 5명이 각각 가상자산 신고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소관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설마 국회의원이 코인에 투자할까’라는 생각에 급하지 않다는 인식이 컸다”고 했다. 매년 의원의 재산 신고를 챙기는 한 보좌관은 “의원들이 본인들 이익에 반하는 법안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법안이 5년째 잠자는 사이 김 의원 사태가 터졌다. 만약 공직자의 가상 자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때 만들어졌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의원들 스스로 자정 기능을 내팽개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작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가상 자산을 통한 재산 은닉 혹은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상 자산을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제라도 가상 자산 신고 의무화 입법을 통해 의원들 스스로 재산 공개의 구멍을 메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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