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스트레스 값[2030세상/김지영]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2023. 5.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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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득할 땐 '결제'를 하는 편이다.
이 무슨 한심한 소리인가 싶지만, '결심'의 동력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수가 되기도 한다.
뭣보다 하루를 성취감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실컷 땀 흘린 후 말간 얼굴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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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득할 땐 ‘결제’를 하는 편이다. 이 무슨 한심한 소리인가 싶지만, ‘결심’의 동력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수가 되기도 한다. 역시나 갈피를 못 잡던 어느 날, 결제로써 결심했다. 먼저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기로 했다. 밤 시간에 집중도가 올라가는 소위 ‘올빼미’형이다 보니, 해내야 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쓰러져 자는 게 보통이었다. 피로가 쌓인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패배자의 얼굴로 출근을 하고, 저녁 약속에 가고, 악순환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침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일어나는 게 버겁지는 않을지 고민했는데 웬걸, 오랜만에 느끼는 땀 흘리는 맛에 눈이 절로 떠진다. 당일 취소가 안 되는 비싼 일정이 있으니 저녁 자리도 무리하지 않게 되고, 잠이 부족한 날도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개운하다. 뭣보다 하루를 성취감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실컷 땀 흘린 후 말간 얼굴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다음으로는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았다. 어딘지 멀게 느껴지기도 했고, 소위 ‘멘털 관리’ 잘하는 타입이라 자부해 왔기에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종종 막다른 길에 들어선 기분이 들면서 스스로의 성향과 상황을 보다 객관화해 보고 싶어졌다. 관련 산업 성장에 대한 직업적 호기심도 한몫했다. 과정에서 여러 번 놀랐는데, 프랜차이즈화된 기업이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수에 놀랐고, 시간당 10만 원에 가까운 비싼 상담료에 놀랐다. 긴장하며 찾은 센터가 생각보다 카페스러운 분위기임에 놀랐고, 또래 연령대가 대다수임에 또 놀랐다. MBTI 테스트하듯 심리 상담 센터를 찾는다는 2030 르포성 기사가 허구는 아님을 실감했다.
사전 설문 작성부터가 이미 상담의 시작이었다. 문제를 문장화하여 넘버링 하는 과정에서 벌써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다. “들어오세요.” 어색함도 잠시, 오가는 대화 속에 한번 열린 마음의 빗장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졌다. 울고 웃는 50분이 지났다. 답을 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말하는 과정에서 이미 답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 적어도 내게는 그것이 상담의 기능이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다음 예약을 잡았다. 아직 못다 발견한 나 자신의 대륙을 조금 더 탐색해 보고 싶었다. 영수증을 받아들며, 진짜 간절한 이들이 부담 없이 수시로 찾기엔 무리가 아닌지 잠시 씁쓸해졌다.
센터 문을 나서는데 이른 봄의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크게 숨을 들이쉬자 폐 가득 들어차는 찬 기운이 나쁘지 않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왔을 때와 같은 개운함이 있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요!” 실컷 땀 흘린 후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박수’라면, 실컷 감정을 풀어헤친 후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 잔은 ‘포옹’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택시를 잡으려던 손을 거두고 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른의 스트레스는 값이 참 비싸구나. 그 값을 헤아리며, 당분간은 절약을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침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일어나는 게 버겁지는 않을지 고민했는데 웬걸, 오랜만에 느끼는 땀 흘리는 맛에 눈이 절로 떠진다. 당일 취소가 안 되는 비싼 일정이 있으니 저녁 자리도 무리하지 않게 되고, 잠이 부족한 날도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개운하다. 뭣보다 하루를 성취감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실컷 땀 흘린 후 말간 얼굴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다음으로는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았다. 어딘지 멀게 느껴지기도 했고, 소위 ‘멘털 관리’ 잘하는 타입이라 자부해 왔기에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종종 막다른 길에 들어선 기분이 들면서 스스로의 성향과 상황을 보다 객관화해 보고 싶어졌다. 관련 산업 성장에 대한 직업적 호기심도 한몫했다. 과정에서 여러 번 놀랐는데, 프랜차이즈화된 기업이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수에 놀랐고, 시간당 10만 원에 가까운 비싼 상담료에 놀랐다. 긴장하며 찾은 센터가 생각보다 카페스러운 분위기임에 놀랐고, 또래 연령대가 대다수임에 또 놀랐다. MBTI 테스트하듯 심리 상담 센터를 찾는다는 2030 르포성 기사가 허구는 아님을 실감했다.
사전 설문 작성부터가 이미 상담의 시작이었다. 문제를 문장화하여 넘버링 하는 과정에서 벌써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다. “들어오세요.” 어색함도 잠시, 오가는 대화 속에 한번 열린 마음의 빗장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졌다. 울고 웃는 50분이 지났다. 답을 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말하는 과정에서 이미 답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 적어도 내게는 그것이 상담의 기능이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다음 예약을 잡았다. 아직 못다 발견한 나 자신의 대륙을 조금 더 탐색해 보고 싶었다. 영수증을 받아들며, 진짜 간절한 이들이 부담 없이 수시로 찾기엔 무리가 아닌지 잠시 씁쓸해졌다.
센터 문을 나서는데 이른 봄의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크게 숨을 들이쉬자 폐 가득 들어차는 찬 기운이 나쁘지 않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왔을 때와 같은 개운함이 있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요!” 실컷 땀 흘린 후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박수’라면, 실컷 감정을 풀어헤친 후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 잔은 ‘포옹’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택시를 잡으려던 손을 거두고 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른의 스트레스는 값이 참 비싸구나. 그 값을 헤아리며, 당분간은 절약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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