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과연 ‘제3지대’ 가능할까?
물류사업을 하는 A씨는 최근 노동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가 우선적으로 한 일은 담당 판사의 성향을 판단하는 것. 여러 채널을 통해 파악한 것은 담당 판사가 진보 성향이고 그런 연구회 소속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회사의 고문 변호사를 제쳐 놓고 진보 성향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물론 이 같은 변호사 선임은 굳이 진보, 보수 따지지 않아도 흔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례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 사법부도 이와 같은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되지 거기에 이념의 물감을 덧칠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다를 바 없다. 이비인후과 질병을 앓고 있는 M씨는 보수, 진보 색깔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모 이비인후과를 찾아 대기실에 앉았는데 탁자 위에 이념 성향이 강한 모 일간신문이 놓여 있더라는 것이다. 간호사에게 이 신문 말고 다른 신문은 없느냐고 물으니 ‘우리 병원장님은 이 신문만 보십니다’ 하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M씨는 이 말에 진료를 취소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 사회는 이념의 양극화 현상이 첨예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아예 A방송을 보지 않고 B방송만 시청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유당 시절 공무원은 야당지라고 하는 모 신문은 구독을 못 하게 했고 정부 기관지만 보게 한 때도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에는 당파가 다르면 혼인도 하지 않았다. 노론은 노론끼리 소론은 소론끼리, 그리고 동인, 서인. 그렇게 찢어질 대로 찢어진 분열 속에서 우리 역사는 어둠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다행스러운 것은 ‘무당파’, ‘중도파’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 민주당의 정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속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당,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으로 몸살을 앓는 야당, 양보와 대화가 실종된 이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도층, 무당층의 발언권이 중요하다. 지난 4월27일 조사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무당층이 27%나 나왔고 특히 서울과 부산, 그리고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에서 수치가 높았음은 매우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이끌 기수가 있느냐는 것.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를 선언하며 내년 총선에서 30석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과연 금 전 의원에게 제3지대를 이끌며 바람을 일으킬 에너지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가령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같은 인물이면 우리 나라에서도 해볼 만하다. 마크롱은 2016년 장관직에서 물러나 이듬해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자유주의자를 내세우며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제3지대의 승리인 셈이다.
지금 그는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으로 국내에서 거친 저항에 부딪히고 있지만 당초 정치를 시작하면서 선언한 그의 철학을 고수하며 난국을 극복해 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도 그런 그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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