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이주호 부총리와 사교육자들의 만남, 그리고 그 후
얼마 전 이주호 부총리와 우리나라 입시계의 '인플루언서'인 입시전문가들이 만나 교육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매 정권 중요한 교육정책을 앞두고 의견수렴이나 여론파악차 교육부 실무진이 비공개로 사교육(이하 민간교육) 전문가를 종종 만나긴 했어도 부총리가 (비록 비공식 일정이라도) 입시전문가를 한꺼번에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교육당국 수장과 민간 대입전문가들의 만남은 그 자체나 발언 하나하나가 논쟁과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로서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것이나 오로지 교육만 생각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였다.
면담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듀테크 박람회인 '2022 베트쇼(BETT SHOW)'를 화두로 시작됐다. 화기애애했으나 진지하고, 폭넓었으나 전문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큰 틀에서 국가교육의 기본 골격은 민관(民官)이 함께 가는 것이란 점에 공감대도 형성됐다. 필자가 다시 만난 이 부총리는 MB정부 시절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시절 '달리는 기관차'처럼 본인의 정책을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정책 당사자들의 갈등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했으나 정책 당위에 관한 확신과 자신감도 보였다. 이 부총리가 보여준 소통의 자세에 힘입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현안 몇 가지를 짚고 싶다.
우선 용어와 관련해 교육당국부터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사교육이란 말보다 민간교육이라는 말을 써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육당국이 하려는 에듀테크가 '사교육업체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민간교육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교육당국이 주관하는 각종 정책이나 제도와 관련한 교육에 교사들과 함께 민간교육자들도 참여시켰으면 한다. 민간교육이야말로 공교육보다 더 날것의 교육환경이 벌어지는 현장이자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에 관한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민간교육도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한 축으로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져야 교육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현 정부의 에듀테크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관련한 모든 일처리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서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한다. 네 번째는 통합 수능의 문제점 해소를 위한 제언이다. 통합 수능의 각종 데이터 공개 여부를 두고 평가원과 입시현장이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대입 포털 '어디가'의 입시결과 공개방식을 개선해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즉, 각 대학이 선택과목 데이터를 자세히 공개하면 된다. 다섯 번째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의 현실과 관련해 국고지원 사업인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에 의견을 내고 싶다. 혹여 선정될 곳이 국립대학 중심으로 흐르고 자격이 충분함에도 사립대학이란 이유로 배제돼서는 안 된다. 여섯 번째는 2028학년도 새로운 대입제도 입시안을 조속한 시일 안에 발표해줬으면 한다. 고교체제는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고교 평준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또 언제 수정·보완할 것인지, 고교학점제에 따른 내신평가는 어찌할 것인지 등. 이런 것들이 나와야 학부모는 불안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IB 교육과정 도입 이야기, 서·논술형 수능도입 등도 함께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 더불어 2026학년도 입시부터 의무적용되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대입 불이익을 주는 조치도 보완할 점이 많다. 꼼수와 소송은 물론이고 가해와 피해의 불확실한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당국은 소위 '문과 침공'과 관련한 각 대학의 해결책도 더 고심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에 나타나 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의 직무를 재수(再修)하고 있다. 그러니 더 잘하셔야 한다. 마치 재수를 하면 대체로 성적이 오르듯 말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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