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사적 복수

박병진 2023. 5. 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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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회사에서 복수를 대신해 주는 '모범택시'에다 핏빛 복수극 '가면의 여왕'까지.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의 사적 복수를 그린 '더 글로리' 이후 분노와 복수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인기다.

대중은 이런 사적 복수에 통쾌하다며 환호한다.

나쁜 짓을 잘할수록 더 떵떵거릴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 사회에선 악을 모방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인간은 사적 제재나 복수가 유일한 해법이라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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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회사에서 복수를 대신해 주는 ‘모범택시’에다 핏빛 복수극 ‘가면의 여왕’까지.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의 사적 복수를 그린 ‘더 글로리’ 이후 분노와 복수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인기다. 그야말로 안방극장이 사적 복수 전성시대다. 대중은 이런 사적 복수에 통쾌하다며 환호한다. 나쁜 짓을 잘할수록 더 떵떵거릴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 사회에선 악을 모방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인간은 사적 제재나 복수가 유일한 해법이라 믿게 된다.

미국에서 총격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은 기류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타인’에 대한 사적 공격이 빈발한 탓이다.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고, 길을 잘못 들었다고, 차 문을 잘못 열었다고 총을 맞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당방위’ 원칙과 총기 규제 범위를 두고 옥신각신할 수밖에. “어떤 아이도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살아서는 안 된다”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한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텍사스에선 “아기가 자고 있으니 사격 연습을 멈춰 달라”는 부탁을 받은 한 남성이 이웃 가족 등 5명을 살해했다. 지난 1일에는 흑인 노숙인이 달리는 뉴욕 지하철 열차 안에서 목 졸려 숨졌다. 미국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와중에 미국 텍사스주 북쪽 앨런시의 한 아웃렛에서는 지난 6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격범 포함 9명이 사망했다. 안타깝게도 한인 가족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또한 사적 보복 가능성이 높다.

범행 도구가 총기가 아닐 뿐 우리라고 다를 바 있겠나. 얼마 전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돼 살해당했다. 투자 손실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을 사주, 청부한 사건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이 늘면서 사소한 갈등이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목격된다.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된다며 드라마에서처럼 원한과 복수에만 온통 정신이 팔린 탓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법망을 무력화하는 사적 복수가 만연할수록 통제불능 사회와 마주하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빅브라더식의 감시가 더 강화되거나.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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