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한상혁 기소한 검찰의 '이상한' 보도자료
미디어오늘 1400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TV조선 종편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 사건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일 해당 사건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을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지난 3월29일 한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혐의 적용 논란이 있었는데 검찰이 기소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면직 카드를 흔들며 한 위원장을 압박한 모양새다.
언론도 널뛰기 보도를 하고 있다. 정권과 검찰,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하고 국가공무원법 위반 사유가 있는 자로 한상혁 위원장은 불명예 퇴진 대상에 오른 셈인데 한번 따져보자.
검찰이 발표한 보도자료부터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대목이 많다. 한 위원장의 객관적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데 불필요한 주관적인 표현 기술이 적지 않고, 적용한 혐의 중엔 억지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에 평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입증 불가능한 영역이다. 한 위원장이 TV조선 점수조작을 하게 된 동기와 관련돼 검찰이 추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 위원장에 적용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죄를 부풀려 보이게끔 하는 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검찰은 “A 국장 등이 TV조선 평가점수를 누설하여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점수를 조작하게 한 것임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음'이라는 허위의 보도설명자료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입증해야지만 이 혐의가 성립된다. 다시 말해 검찰이 주요 혐의를 입증하기도 전에 그에 파생된 혐의까지도 적시해 범행 은폐 행위가 있었다고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통위 공무원들과 심사위원들의 조작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도 한 위원장에 대해서 조작 '사실'이 있는 점수를 보고받았는지조차 검찰의 보도자료엔 불분명하게 기재돼 있다. 향후 재판에서도 점수 조작 '지시' 및 '보고'의 사실과 성격을 가지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수사의 의의 및 향후 계획'이라는 항목을 따로 빼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방송매체에 대한 재허가 승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어 위원회로 구성됨”이라고 강조한 것도 눈에 띤다.
그러면서 검찰은 “특정 언론사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방통위 공무원들이 주도하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재승인 심사의 과정과 결과를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이상인 전 변호사는 방통위 독립성 취지를 훼손한 인사이다. 이 전 변호사는 “방통위도 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 직속의 중앙행정 부처이기 때문에 대통령 국정 운영철학에 따라 운영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방통위 역할을 대통령 국정철학의 하위 범주로 두는 듯한 발언은 앞서 검찰이 밝힌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관련 발언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대신 한 위원장 면직 가능성에 집중한 보도가 쏟아진다.
한 매체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면직되지 않는다는 방통위법을 거론한 뒤 한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하고 한 위원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실익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면직 자체에 큰 문제가 없고 형사 처분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 위원장이 자진 사퇴도 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한상혁 위원장 현실을 반영한 듯 보이지만 한상혁 위원장이 쓸 수 있는 카드에 '연막'을 치고 무력화시키려는 내용이다.
한 위원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군 하마평을 늘어놓는 내용도 기우제식 보도에 해당한다. 검은 속내를 드러내놓고 대의명분을 강조하는 것은 기만이다. 언론이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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