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유학생 16만명 시대, 지역에 정착하도록 지원해야

2023. 5.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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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22학년도 4월 기준 16만6892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에 해외 유학생 유치는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교육에서 그칠 뿐 취업과 지역 정착을 지원해 주요 산업분야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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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세계를 만나는 문화 한마당’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외국인 학생들이 국기를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56개국 6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자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내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22학년도 4월 기준 16만6892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증가세가 주춤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유학생들의 출신 국가도 중국 위주에서 벗어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일본 미국 프랑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유학생들이 몰려드는 추세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활약과 한류 콘텐츠의 세계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다. 대학들이 현지에서 유학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 나선 것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에 해외 유학생 유치는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교육에서 그칠 뿐 취업과 지역 정착을 지원해 주요 산업분야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같은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의 경우 인력 부족이 심각하나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 내 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10명중 4명꼴밖에 안 된다. 국내 기업들이 유학생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채용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도 지방 기업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조업의 빈 일자리가 5만8000명분이나 된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은 2027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전문 인력이 4만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로서는 대학과 지역을 동시에 살리는 해외 우수 인력 유치는 필수 과제다. 유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한편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정주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지역 대학 유학생들에게 해당 지역에 취업·거주하는 조건으로 거주비자를 발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교육, 이민, 고용 정책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자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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