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5월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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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여기저기 감사를 표할 곳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감사와 격려가 필요한 상대는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위에 딸 둘, 아래 남매 쌍둥이, 네 아이 엄마인 이근화 시인이 가정의 달을 맞아 책 세 권을 추천했어요.
부모라 해서 아이를 교육만 시키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메시지.
완벽과 성공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어차피 인생이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그 아픔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런 가르침을 안겨주는 책들입니다.
부모지만 늘 서툰 나… 아이에게 배우며 비로소 ‘어른’이 된다
연둣빛 이파리를 가득 단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헐벗었던 창밖의 저 나무들은 언제 저렇게 잎을 틔웠을까요?
새들이 지저귑니다. 하늘은 파랗습니다. 구름은 하얗습니다.
벌써 아카시아가 피기 시작했네요. 곧 향긋한 꽃내음이 온 산을 뒤덮을 겁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아직 세상의 때에 물들지 않은 말간 얼굴의 젊은 계절을 이렇게 읊은 시인은 피천득입니다.
비취처럼 빛나는 오월을 사랑한 그는 노래를 이렇게 이어갑니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오월을 가장 반기는 건 어린이날 선물 받을 기대에 가득 찬 아이들인 것 같지만,
오월의 소중함을 알고 푸르른 매 순간을 즐기게 되는 나이는 중년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
오월은 생명의 계절, 아직 성장할 시간이 남았다는 징후, 늙음과 죽음을 잠시나마 잊게 되는 환상의 시간이니까요.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갑니다.
청춘이 영원하지 않듯, 오월도 찰나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피천득의 이 시에서 다음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건가 봅니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주말 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푸르름이 한 발짝 깊어졌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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