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자" 금융권, 글로벌 사업 확장 분주
국내 금융지주 글로벌 사업 비중, 해외 금융사 비교 낮은 수준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권이 글로벌 사업 본격 확장에 나섰다. 글로벌 부문 성장 없이는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함께 금융당국의 적극적 지원이 글로벌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방문하는 출장길에 올랐다. 동남아시아 방문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지주 수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등 각 업권 대표들이 일부 동행한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금감원에서 해외 IR 일정을 잡을 당시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와 겹쳐 이번 출장길에서는 빠졌다.
그동안 금감원장이 금융권 해외 IR에 동참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출장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현지 IR에 참석해 한국 금융사의 해외 진출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당국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또한 마헨드라 시레가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감독청장 등 현지 당국 수장들과 직접 만나 지원 협조를 요청하고,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국내 금융시장 홍보와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글로벌 진출 확대를 올해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현재 12% 수준인 글로벌 이익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환으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19~21일 일본을 찾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펼쳤다. 또 현지 금융청을 방문해 신한은행 일본법인 SBJ에 대한 지원방안을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통한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도 올해 글로벌 이익 비중으로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남아와 선진국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투자금융(IB), 자산관리(WM) 등 강점과 노하우가 명확한 분야를 기반으로 '아시아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략적 인수합병(M&A)를 통한 계열사 간 글로벌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뒀다.
농협금융은 2030년까지 11개국에 27개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이익 비중을 10%까지 키운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해외에서도 디지털 사업과 연계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동남아 디지털 공동투자 펀드를 규모화하는 한편, 현지 유망 핀테크·플랫폼사와 협력을 다각화하고 해외점포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중심으로 M&A 등 전략투자를 추진하고, 현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자본이 필요한 해외점포에는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금융권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내수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부문 성장 없이는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예대마진이 원화예수·대출 점유율 정체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부문은 외화대출 수요는 물론, 비이자 이익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금융지주의 글로벌 사업 비중은 30~40%가 넘는 해외 금융사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점도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연간 그룹 순이익 중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금융 19.5% △우리금융 14.3% △신한금융 12.2% △KB금융 11% △농협금융 1% 안팎 순으로 집계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부문은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이례적으로 금융권 해외 IR에 동참하는 등 당국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앞으로 더욱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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