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압박한 與 윤리위, '중징계' 위기 김재원·태영호 결단할까
황정근 '정치적 해법' 제시…'자진사퇴 기대' 분석 속 金·太 결심 주목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김기현·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보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인 만큼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두 사람에게 자진사퇴 여지를 남겨둔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고위원발 리스크가 이틀 더 이어지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과 맞물리면서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3차 윤리위 회의를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사실관계를 좀 더 밝혀봐야 할 부분이 있어서 이틀 정도 시간을 (더) 갖기로 결정했다"며 오는 10일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여권에서는 윤리위가 두 최고위원의 소명을 들은 후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상황에서 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특히 윤 대통령의 한미·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등 여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이 커졌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4일과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연달아 취소한 것을 두고 두 최고위원의 신상 발언 기회와 당 지도부로서 활동 기회를 박탈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도 중징계를 예상하는 배경이 됐다. 빠른 징계를 통해 이번 이슈를 수습하고 민생행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았다.
이같은 예상과 달리 윤리위가 이날 징계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징계에 대한 두 사람의 반발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우선 나온다.
이날 회의를 앞둔 지난 주말,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징계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의혹을 적극 해명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했다. 이날 윤리위 소명 절차에서 김 최고위원은 1시간 20분, 태 최고위원은 2시간가량 의혹을 해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같이 적극적 행보를 보인 상황에서 빠른 징계를 결정할 경우 두 사람은 물론, 이들의 지지자들의 반발로 인한 당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소명으로 윤리위원들이 판단하기 부담됐을 것"이라며 "징계에 대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아 더 확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심사를 예고하며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를 결심할 시간을 줬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실제 황 위원장은 이날 '자진사퇴가 양형 사유에 반영되겠나'라는 질문에 "만약 그런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 부위원장인 전주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다음 회의까지 책임감 있는 자세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진사퇴 땐 징계 수위에 긍정적 참작이 될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번 결정이 당내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징계가 예상된 상황에서 징계를 미룬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최고위원 관련 뉴스가 이틀 더 이어진 것도 당에 부담이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중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결정하는 것과 이틀 뒤에 결정하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두 최고위원 관련 뉴스만 연장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리위가 기대한 자진사퇴 등 '정치적 해법'의 가능성도 낮다는 시선도 있다. 소명절차를 마친 후 김 최고위원은 자진사퇴에 대한 질문에 "자진사퇴 여부에 대한 얘기를 어느 누구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했고, 태 최고위원 역시 사퇴할 생각이 없고 요구받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두 최고위원이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자진사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만약 예상대로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반면, 황 위원장 공언대로 자진사퇴를 해 정상이 참작될 경우 총선 출마의 여지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당내 인사는 "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경우 총선에 못 나오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그때 상황에 맞춰 정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인사 역시 "자진사퇴할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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