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울린 ‘두 남자의 눈물’…이게 농구다

황민국 기자 2023. 5. 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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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양희종, SK 전희철 감독
은퇴 앞둔 ‘KGC의 간판’ 양희종
챔프전 7차전 종료 직전에 투입
영광의 순간 동료들과 기쁨 나눠
패장 전희철 감독 인터뷰도 뭉클
감동 스토리에 팬들 ‘매진사례’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7차전까지 이어진 벼랑 끝 승부에, 최종전 연장 혈투, 여기에 눈물까지 녹아든 그야말로 각본 없는 스포츠 드라마였다.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의 ‘눈물’이었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가 연장에서 91-91 동점으로 맞선 상황. KGC 양희종이 팀 동료 대릴 먼로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양희종은 어깨 부상으로 6차전에 뛰지 못했다. 이날도 어깨에 보호대를 두른 그는 동료들이 사력을 다해 뛰는데 자신이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눈물은 금세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KGC 김상식 감독은 SK에 100-97로 앞선 경기 종료 3.4초를 남기고 양희종을 호출했다. 양희종은 공을 잡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우승의 기쁨을 코트에서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배려였다. “양희종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김 감독의 예고대로였다.

양희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3초에 어떤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팔을 뻗어 ‘라스트 디펜스’까지 임무를 다한 뒤 평소 친분이 깊은 오세근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이미 은퇴식을 치른 양희종의 4번째 우승이었다. 동료들의 헹가래 속에 하늘 높이 떠오르는 그가 눈물을 흘리자 관중석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양희종은 “선수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챔피언이 있다. 앞에 계신 팬 여러분이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허리를 숙였다.

이날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SK 전희철 감독(50)의 차분한 눈물이었다. SK는 전년도 우승에 큰 지분을 차지했던 최우수선수(MVP) 최준용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안영준은 입대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객관적 전력과 체력 열세 전망을 뒤엎는 선전의 연속이었다.

패자를 향한 위로의 박수가 이어지는 코트를 빠져나온 전 감독은 “선수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감독으로서 정말 할 말이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프로농구는 모처럼 확인된 흥행 무드를 놀라워하면서도 반긴다. 총 7경기에서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6경기가 모두 매진됐다. 챔프전 총 관중은 3만7059명.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 10년간 볼 수 없었던 흥행 분위기였다.

KBL 관계자는 “다른 종목과 달리 온라인 시청이 분산돼 의미있는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겨울 스포츠에서 떨어지고 있는 위상에 한숨만 내쉬던 농구가 ‘챔피언결정전 드라마’로 흥행의 희망을 품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이 아닌 정규시즌에서도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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