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김병수 감독 “병수볼 이식 서두르지 않겠다”
공간의 수적 우위 활용하는 축구
고도의 집중력·많은 훈련량 필요
“균형 잘 잡아야…변화는 천천히”
10일 홈에서 전북 상대로 데뷔전
1승 간절한 두 팀, 진검승부 기대
수원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53)의 얼굴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다. 최하위로 추락한 팀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매 경기들에 총력전을 펼치는 게 우선이라는 비장한 출사표를 냈다.
김 감독은 8일 경기 화성의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겠다. 팀이 단기간에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감을 갖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원FC 감독 시절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한 볼 점유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하는 ‘병수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2020시즌 막바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이후 야인으로 지내오다 이번에 위기에 빠진 수원의 소방수로 나섰다. 현재 최하위(12위·승점 5점)로 처져 있는 수원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개막 10경기(2무8패)에서 승리가 없다가, 직전 11라운드에서야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K리그 전통의 명가인 수원이지만, 현 상황에서 그 누구도 감독직을 쉽게 수락하기 어렵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감독직 수락이) 안 힘들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누군가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친 김 감독은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그게 낙오를 뜻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생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열심히 해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병수볼’은 매력적인 스타일의 축구로 K리그에서 공인됐다. 그러나 이를 그라운드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당장 ‘병수볼’을 이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김 감독은 “수원은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라며 “선수단에 어울리지 않는 축구를 지금 당장 입히기는 어렵다. 천천히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주승진 수석코치와 오장은 코치, 주닝요 피지컬 코치를 유임하는 등 기존 수원 코칭스태프를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날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첫 훈련을 가졌던 김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경기를 통해 수원 데뷔전을 치른다. 1승이 절실한 두 팀 모두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던 두 팀이지만, 나란히 하위권 탈출의 반전이 시급한 시점에서 마주했다. 최근 10년간 리그 우승만 7회를 기록한 전북은, 현재 10위(승점 11점·3승2무6패)까지 추락한 상태다. 성적 부진으로 김상식 감독이 물러난 뒤 김두현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아직도 준비하고 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상황에서 말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축구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성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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